감기 기운이 있거나 목이 아프고 열이 나면 “항생제를 먹어야 빨리 낫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병원을 찾을 때도 강한 약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예전에 남겨둔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항생제는 모든 감염에 쓰는 만능약이 아니다. 특히 감기, 독감,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는 항생제가 효과가 없으며, 불필요한 사용은 항생제 내성이라는 더 큰 문제를 키울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26년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2026년부터 2036년까지 적용될 새로운 항생제 내성 글로벌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이는 2024년 유엔 총회에서 합의된 항생제 내성 대응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각국이 사람, 동물, 식품, 환경을 함께 보는 원헬스 관점에서 항생제 사용과 내성균 확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더 이상 병원 안의 일부 감염 문제가 아니라 국제 보건의 핵심 과제가 됐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의 공격을 견디도록 변하면서 생긴다. 이때 내성이 생기는 것은 사람의 몸이 아니라 세균이다. CDC도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병원체가 치료 약물을 이겨내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내성균에 감염되면 치료가 더 어렵고, 입원 기간이 길어지며, 더 강한 항생제나 독성이 큰 약을 써야 할 수 있다. 심한 경우 기존 치료제가 잘 듣지 않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글로벌 항생제 내성 감시 보고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WHO는 2023년 전 세계에서 실험실로 확인된 흔한 세균 감염 6건 중 1건이 항생제 치료에 내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감시 대상 병원체와 항생제 조합의 40% 이상에서 내성이 증가했고, 평균 연간 증가율은 5%에서 15%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감기에도 항생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감기와 독감, 대부분의 급성 인후통은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항생제를 복용해도 바이러스를 없애지 못한다. 오히려 장내 유익균이 영향을 받고, 설사나 알레르기 반응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내성균 선택 압력을 높일 수 있다. WHO 자료도 세균 감염이 동반되지 않은 바이러스 감염에는 항생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물론 항생제가 꼭 필요한 상황도 있다. 세균성 폐렴, 요로감염, 피부 연조직 감염, 일부 중이염과 부비동염, 패혈증처럼 세균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인된 경우 항생제는 생명을 구하는 치료가 된다. 문제는 필요할 때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을 때도 습관적으로 찾는 것이다. 항생제 사용 여부는 증상의 강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발열이 높다고 무조건 세균 감염은 아니며, 기침이 오래간다고 반드시 항생제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환자가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항생제는 의료진이 처방한 용량과 기간에 맞춰 복용해야 한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중단하거나, 남은 약을 보관해두었다가 다음 감기 때 먹거나, 가족에게 나눠주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같은 목감기처럼 보여도 원인과 치료 방향은 다를 수 있다. 특히 소아, 고령층, 임신부, 면역저하자는 임의 복용이 더 위험할 수 있다.

병원과 의료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항생제 처방은 환자 만족도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감염 가능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면 신속검사, 배양검사, 영상검사 등을 통해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좁은 범위의 적절한 항생제를 필요한 기간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이라고 불리는 이런 관리 체계는 내성균 확산을 줄이는 병원 감염관리의 핵심이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사람의 진료실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축산과 농업에서 항생제가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도 내성균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 관련 보도에서는 별도 조치가 없다면 가축 항생제 사용량이 2040년까지 크게 늘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동물, 식품, 환경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원헬스 접근이 강조되는 이유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도 중요하지만, 신약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최근 FDA가 약제 내성 그람음성균에 의한 복잡성 요로감염 치료를 위한 새로운 경구 항생제를 승인한 것처럼 치료 선택지는 계속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약이 나올수록 더 신중하게 사용해야 효과를 오래 지킬 수 있다. 항생제는 많이 쓸수록 강해지는 무기가 아니라, 아껴 쓰고 정확히 쓸 때 가치가 유지되는 공공재에 가깝다.

항생제 내성을 줄이는 첫걸음은 거창하지 않다. 감기와 독감에 항생제를 요구하지 않고, 처방받은 약을 정확히 복용하며, 손 씻기와 예방접종으로 감염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항생제가 필요한 순간에는 제대로 쓰고,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는 쓰지 않는 판단이 모두를 지키는 방법이다. 오늘의 불필요한 한 알이 미래의 치료 선택지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