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앞두거나 외출 준비를 할 때마다 배가 아프고 화장실부터 찾는 사람이 있다. 며칠은 설사를 하다가 다시 변비가 생기고, 배변을 마치면 복통이 줄어드는 양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보다 과민성장증후군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반복적인 복통과 함께 배변 횟수나 변의 형태가 달라지는 만성적인 소화기 질환이다. 설사형과 변비형, 두 증상이 번갈아 나타나는 혼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내시경이나 영상검사에서 장의 뚜렷한 손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복통과 복부팽만, 급한 배변감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수 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는 이를 장과 뇌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기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특징은 복통과 배변의 연관성이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통증이 줄거나 반대로 배변 직전에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변을 보는 횟수가 갑자기 늘거나 줄고, 묽은 변과 딱딱한 변이 반복되기도 한다. 배가 빵빵하게 부풀고 잔변감이 남거나 변에 흰색 점액이 섞이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심해지는 사람이 많지만 과민성장증후군을 단순한 신경성 질환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장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장운동이 달라지는 과정에 수면 부족과 불규칙한 식사, 감염 이후의 변화, 특정 음식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증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질환이므로 참고 버티기보다 생활에 미치는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
진단은 특정 검사 하나로 확정하지 않는다. 의료진은 복통이 배변과 관련되는지, 배변 횟수와 변 모양이 어떻게 변했는지, 증상이 얼마나 지속됐는지를 확인한다. 필요하면 혈액검사와 대변검사, 내시경 등을 통해 염증성 장질환과 감염, 셀리악병 등 다른 원인을 배제한다. 일반적으로 반복적인 복통과 배변 변화가 일정 기간 이어지는 패턴이 진단에 중요하다.
생활관리에서는 무조건 음식을 많이 제한하는 방식보다 증상 일지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식사 시간과 음식 종류, 복통이 시작된 시점, 배변 횟수와 변 상태, 수면과 스트레스를 함께 기록하면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요인을 찾기 쉽다. 카페인과 술, 기름진 음식, 인공감미료 등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음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변비가 주된 경우에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갑자기 많은 양의 섬유질을 먹으면 가스와 복부팽만이 심해질 수 있어 조금씩 늘리는 편이 좋다. 저포드맵 식단도 일부 환자에게 활용되지만 제한해야 할 식품이 많아 장기간 임의로 시행하기보다 의료진이나 영양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칙적인 수면과 가벼운 운동, 스트레스 관리도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료는 설사와 변비, 복통 가운데 어떤 증상이 중심인지에 따라 달라지며 식사 조절과 약물, 유산균, 심리치료 등이 함께 고려될 수 있다. 한 가지 방법으로 모든 증상이 해결되기보다 개인에게 맞는 조합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혈변이나 검은 변,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빈혈, 발열, 밤에 잠을 깰 정도의 설사와 복통이 나타난다면 과민성장증후군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가족 중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있거나 중년 이후 증상이 처음 시작된 경우에도 다른 질환을 확인하는 평가가 필요하다.
과민성장증후군은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고 참아야 하는 질환이 아니다. 복통과 배변 변화의 패턴을 기록하고 다른 질환을 배제한 뒤 자신에게 맞는 식사와 생활관리,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