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와 치즈는 일상에서 자주 먹는 식품이지만, 살균 처리 여부에 따라 안전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살균하지 않은 원유와 원유 치즈를 섭취한 뒤 대장균 O157:H7 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조사되면서, “자연 그대로”라는 이미지가 식품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와 고령층, 임신부, 면역저하자는 원유 제품 섭취에 더 신중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26년 4월 원유로 만든 체더치즈와 관련된 대장균 O157:H7 감염 집단 조사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FDA와 CDC 조사 결과 총 3개 주에서 9명의 환자가 확인됐고, 3명이 입원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용혈성요독증후군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을 겪었다.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문제 제품은 RAW FARM 브랜드 원유 체더치즈로, FDA 조사 과정에서 일부 원유 치즈 제품 검체에서 대장균 O157:H7이 확인됐다.
대장균 O157:H7은 적은 양으로도 심한 장염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성 세균이다. 감염되면 심한 복통, 설사, 혈변, 구토, 발열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은 며칠에서 일주일 사이 호전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신장 기능에 영향을 주는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5세 미만 어린이와 고령층은 합병증 위험이 더 높아 피가 섞인 설사나 소변량 감소, 심한 무기력감이 나타나면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
원유 제품이 위험할 수 있는 이유는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살균은 우유의 영양을 없애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대장균,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캠필로박터처럼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을 줄이기 위한 안전 장치다. 우유는 착유, 저장, 운반, 가공 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고, 동물이 건강해 보이더라도 원유 안에 병원체가 들어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소비자는 원유나 생치즈가 더 자연스럽고 영양이 풍부하다고 생각해 선택한다. 그러나 식품 안전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위해 가능성이다. CDC는 2026년 3월 조사 업데이트에서 역학 자료상 RAW FARM 브랜드 원유 치즈와 원유가 대장균 O157:H7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사람들을 아프게 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CDC는 2026년 4월 30일 해당 집단 발생이 종료됐다고 발표했지만, 원유 제품 섭취에 대한 주의는 계속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유제품을 구매할 때 살균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우유, 치즈,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은 “pasteurized” 또는 살균 처리 표시가 있는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해외 직구 식품, 농장 직거래 제품, 파머스마켓 제품, 수제 치즈는 라벨과 제조 정보를 더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냉장 보관을 잘했다고 해도 살균하지 않은 원유 제품의 미생물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번 미국 조사에서도 감염자 중 상당수가 어린아이였다는 점이 알려졌다. 원유 제품으로 만든 치즈를 아이 간식으로 주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먹던 제품을 함께 나눠 먹는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다. 아이가 설사와 복통을 보이고, 특히 혈변이 있거나 평소보다 축 처지고 소변량이 줄어든다면 단순 배탈로 넘기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증상이 있을 때 임의로 지사제를 사용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대장균 O157:H7 감염에서는 장운동을 억제하는 약이 병원체나 독소 배출을 늦출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위험할 수 있다. 설사가 심하거나 혈변이 있으면 스스로 약을 선택하기보다 의료진에게 최근 섭취한 음식과 원유 제품 여부를 알리고 상담하는 것이 좋다. 식중독 의심 증상에서는 “무엇을 먹었는지”가 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리콜이나 식중독 조사가 발표된 제품은 아깝다는 이유로 계속 먹지 말아야 한다. 해당 제품이 냉장고에 있었다면 포장재, 치즈가 닿은 도마와 칼, 접시, 냉장고 선반을 세척하는 것이 좋다. 원유 치즈는 바로 먹는 식품으로 섭취되는 경우가 많아 조리 과정에서 다시 가열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원유와 생치즈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임신부, 영유아, 고령층, 면역저하자에게 원유 제품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에 가깝다. 건강한 식생활은 자연스러운 식품을 찾는 데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식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안전하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살균 처리 안 된 유제품은 한 번의 선택으로 심한 장염과 신장 합병증까지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