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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없이 보관하는 혈장 등장, 재난·응급현장 수혈 속도 빨라진다

FDA, 미국 최초 동결건조 혈장 허가… 실온 보관 후 멸균수로 빠르게 복원

메디닉스 정동현기자|입력 |조회 20
냉동 없이 보관하는 혈장 등장, 재난·응급현장 수혈 속도 빨라진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생명을 위협하는 대량출혈 환자에게 냉동 장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동결건조 혈장 제품이 미국에서 처음 허가됐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26년 7월 29일 에즈플라즈 동결건조 혈장에 생물의약품 허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병원 밖 재난현장과 전투지역, 농촌 응급의료처럼 기존 냉동혈장을 신속히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을 제외한 액체 성분이다. 혈액응고에 필요한 여러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어 심한 출혈과 대량수혈, 특정 응고장애 환자에게 투여된다.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하던 환자에게 급성출혈이 생겼을 때도 상황에 따라 혈장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

기존 신선동결혈장은 영하의 온도에서 보관해야 하며 사용 전 해동 과정이 필요하다. 냉동고와 해동장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갖춰진 병원에서는 관리할 수 있지만 구급차와 재난지역, 군 현장에서는 보관과 운반이 쉽지 않다. 응급상황에서는 환자가 혈장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에 도착할 때까지 중요한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에즈플라즈는 허가된 혈액기관에서 채취한 신선동결혈장 한 단위를 동결건조해 만든다. 제품은 실온에 보관할 수 있고 온도 변화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필요한 순간 멸균주사용수와 혼합해 빠르게 액체 상태로 복원할 수 있다. 유리병 대신 플라스틱 주머니에 포장돼 운반 중 파손 위험을 줄인 것도 특징이다.

한 세트에는 동결건조 혈장 한 단위와 멸균주사용수 250㎖, 액체 이동용 연결장치, 수혈세트가 포함된다. 별도의 장비를 여러 곳에서 준비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복원과 수혈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FDA는 일반 혈장제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혈장이 필요한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혈액형을 알기 어려운 응급상황을 고려해 AB형 혈장과 항B 항체 농도가 낮은 A형 혈장으로 제공된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혈액형과 관계없이 무조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료진은 가능한 범위에서 환자의 상태와 수혈 적합성, 다른 혈액제제의 이용 가능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동결건조 과정이 수혈 부작용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일반 혈장과 마찬가지로 알레르기 반응과 발열, 수혈 관련 급성폐손상, 순환 과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혈액제제인 만큼 감염병 검사와 제조관리, 보관 상태를 엄격하게 유지해야 하며 의료진이 투여 중 환자의 호흡과 혈압, 피부 반응을 관찰해야 한다.

이 제품은 일반인이 구급함에 보관했다가 임의로 사용하는 응급약이 아니다. 혈장 수혈에는 환자의 출혈 원인과 응고 상태를 평가하고 정맥로를 확보하며 부작용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 필요하다. 단순 빈혈이나 피로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품도 아니다.

동결건조 혈장은 과거 전쟁 중 사용된 적이 있지만 안전성과 제조 일관성 문제로 미국에서는 정식 허가 제품이 없었다. 이번 제품은 현대적인 혈액 선별과 제조,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해 허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개발 과정에는 군 의료현장의 요구와 미국 국방 관련 기관과의 협력이 반영됐다.

국내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별도 허가와 혈액관리체계, 응급의료 현장 적용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향후 실제 재난과 이송환경에서 얼마나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지, 기존 혈장과 비교한 비용과 폐기율이 어떤지도 평가해야 한다.

대량출혈에서는 몇 분의 지연도 생존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온 보관이 가능한 동결건조 혈장은 혈액제제가 병원 안에서 환자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필요한 장소로 먼저 이동하는 방식으로 응급수혈 체계를 바꿀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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