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마다 아이 눈을 살피게 되는 이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저녁 식탁에서 건너편 벽에 걸린 달력을 보려고 고개를 앞으로 쭉 빼거나, 태블릿으로 숙제를 하다 화면에 얼굴을 바짝 붙이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 마음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노원·석계역 인근에서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소아근시를 검색해 보게 되는 계기도 대개 이런 사소한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근시는 눈의 앞뒤 길이인 안축장이 정상보다 길어져 먼 곳의 상이 망막보다 앞쪽에 맺히는 굴절이상입니다. 특히 몸이 자라는 시기에 안축장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에, 소아근시는 한 번 시작되면 성장이 멈출 때까지 도수가 계속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른의 근시와 달리 지금 잘 보이게 하는 것만큼이나 얼마나 천천히 진행시키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근시는 왜, 그리고 몇 살부터 시작될까요
소아근시의 배경에는 타고난 유전 소인과 생활 환경이 함께 작용합니다. 부모가 모두 근시라면 아이에게 근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여기에 가까운 거리를 오래 보는 습관과 바깥 활동 부족이 겹치면 진행이 빨라집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일상이 된 뒤로 근시가 시작되는 나이가 앞당겨졌다는 점은 진료실에서 부모님과 자주 나누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근거리 작업이 늘어난 요즘은 근시가 시작되는 시점도 예전보다 앞당겨졌습니다. 눈이 아직 덜 자란 유아기부터 화면을 오래 보면 안축장이 일찍 길어지기 시작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근시가 확인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연령대에 따라 근시가 갖는 의미도 달라집니다. 초등학생 시기는 안축장이 활발히 자라 도수 상승이 가장 빠른 구간이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학습량이 늘며 이미 생긴 근시가 고도근시로 깊어질 위험이 커집니다. 실제로 청소년의 시력이상 비율은 지난 30여 년 사이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대한안과학회 '2025 눈의 날 팩트시트'에 따르면 시력이상 청소년 비율은 2024년 57%로 약 30년 전 25%에 비해 크게 늘었고, 고등학생은 70% 이상이 시력이상을 보이는 것으로 제시되었습니다.[1]
아이가 먼저 보내는 근시 신호
소아근시는 아이가 스스로 불편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행동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시력검사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 텔레비전이나 칠판을 볼 때 눈을 가늘게 찡그립니다
- 책이나 화면에 얼굴을 30cm 안쪽으로 바짝 붙입니다
-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한 눈을 감고 보려 합니다
- 눈을 자주 비비고 오후가 되면 두통이나 눈의 피로를 호소합니다
- 학교에서 칠판이 잘 안 보인다며 앞자리로 옮겨 달라고 말합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한쪽 눈 시력이 나빠도 다른 눈으로 보정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증상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취학 전후 한 번은 정식 시력검사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진행을 늦추는 생활 습관, 숫자로 짚었습니다
소아근시 관리는 특별한 치료 이전에 하루 일과를 조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근거리 작업이 길어질수록 눈이 가까운 거리에 적응하며 근시가 깊어지므로, 시간과 거리를 의식해 관리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권장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책을 읽거나 화면을 볼 때 눈과의 거리를 최소 30cm 이상 두고, 20분 집중한 뒤에는 20초 동안 6m 정도 떨어진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의 초점 근육을 쉬게 합니다. 무엇보다 하루 두 시간가량 바깥에서 자연광을 쬐는 활동이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방과 후 실내 학습만 이어지는 아이일수록 이 부분이 특히 아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