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나 반려묘가 귀를 자주 긁는 모습은 보호자에게 흔히 보이는 행동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잠깐 긁고 지나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머리를 계속 흔들거나 귀를 바닥에 비비고, 귀 안에서 냄새가 나거나 검은 귀지가 늘어난다면 단순한 습관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귀진드기와 외이염은 초기에는 가려움으로 시작하지만, 방치하면 통증과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귀진드기는 주로 개와 고양이의 외이도에 서식하며 귀지와 피부 분비물을 먹고 사는 작은 기생충이다. 코넬대학교 고양이건강센터는 귀진드기가 고양이의 귀 감염에서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며, 심한 가려움과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귀진드기가 있는 고양이는 머리를 흔들거나 귀를 긁고, 귀 안에 커피 찌꺼기처럼 보이는 짙은 색 분비물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 귀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귀진드기와 외이염 증상이 서로 비슷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외이염은 외이도에 염증이 생긴 상태로, 세균이나 효모 감염, 알레르기, 습기, 이물, 귀 구조, 피부질환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MSD 수의학 매뉴얼은 외이염의 임상 증상으로 머리 흔들기, 가려움, 통증, 악취, 붉어짐, 짓무름, 궤양, 부종 등을 제시하며, 진단에는 병력 확인과 귀 안 관찰, 세포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보호자가 집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신호는 귀지의 양과 색, 냄새, 행동 변화다. 귀진드기에서는 검고 건조한 귀지가 많이 보일 수 있고, 외이염에서는 노란 분비물이나 끈적한 귀지, 시큼하거나 불쾌한 냄새가 동반될 수 있다. 귀를 만질 때 싫어하거나, 한쪽 귀만 아래로 처지거나, 머리를 기울인 채 걷는 모습이 있다면 통증이나 귀 안쪽 염증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다만 귀 안을 보호자가 직접 깊게 파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면봉을 깊게 넣으면 귀지가 안쪽으로 밀리거나 외이도 피부가 긁혀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 코넬대학교 고양이건강센터도 고양이가 지속적으로 귀를 긁는다면 보호자가 귀 안을 파헤치기보다 수의사에게 확인받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다.
귀진드기는 전염성이 있어 함께 사는 동물에게 옮을 수 있다. 한 마리만 귀를 심하게 긁는 것처럼 보여도 다묘·다견 가정에서는 다른 반려동물의 귀 상태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귀진드기로 진단되면 감염된 동물만 치료하고 끝내기보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물의 접촉 가능성을 고려해야 재감염을 줄일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귀진드기는 귀 안 분비물을 제거하고 기생충을 없애는 약물을 사용해야 하며, 세균성 또는 효모성 외이염은 항균제나 항진균제, 염증을 줄이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머크 수의학 매뉴얼은 효모성 외이염의 경우 항진균제와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국소치료에 잘 반응하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는 정확한 진단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귀 안을 무조건 자주 닦는 것보다 상태에 맞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귀를 과하게 닦으면 오히려 피부 장벽이 자극받을 수 있다. 목욕 후 귀 주변을 잘 말리고, 수영이나 물놀이 뒤에는 귀가 축축하게 오래 남지 않도록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귀가 접힌 견종이나 알레르기 피부질환이 있는 반려견은 외이염이 반복될 수 있어 정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진료가 필요한 신호는 분명하다. 귀를 계속 긁고 머리를 심하게 흔드는 행동이 반복되거나, 귀에서 악취가 나고, 검거나 노란 분비물이 많아지고, 귀를 만질 때 통증 반응을 보이면 확인이 필요하다. 균형을 잃거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고, 눈이 흔들리는 듯한 증상이 있으면 외이도보다 더 안쪽 문제 가능성도 있어 빠르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반려동물의 귀 가려움은 작은 불편처럼 보이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귀진드기, 세균·효모 감염, 알레르기, 습기, 이물질이 모두 비슷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할 일은 귀를 깊게 파는 것이 아니라, 긁는 빈도와 귀지 변화, 냄새, 통증 반응을 관찰해 빨리 확인받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귀를 반복해서 긁는다면 몸이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귀진드기와 외이염을 함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