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출근한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생리 첫날마다 진통제를 입에 달고 산다. 배가 아프고 허리가 저린 건 이제 익숙하지만, 얼마 전에는 아예 정신이 아득해지며 사무실에서 쓰러질 뻔했다. 동료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김 씨는 뜻밖에도 ‘자궁내막증’을 의심받았고, 정밀 검사를 받기로 했다. 매달 겪는 그 고통이 단순한 생리통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위험 신호’였던 셈이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밖, 즉 난소, 나팔관, 복강 등 다른 부위에 자라며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내막 조직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생리 주기에 따라 증식과 출혈을 반복하는데, 자궁 밖에 있는 조직은 피가 빠져나갈 통로가 없어 주변 조직을 자극하고 염증과 유착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극심한 통증, 불임, 장기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생리통’이다. 일반적인 생리통은 진통제나 휴식으로 완화되지만, 자궁내막증은 진통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떨어지고, 통증이 길게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생리 기간 외에도 골반통, 성관계 통증, 배변 시 통증, 요통, 피로감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여성은 고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며, 장기적으로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 질환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그냥 생리통’으로 오해되고 방치된다는 데 있다. 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통증을 ‘체질’로 여겨 병원 진료를 미루고, 진통제로 참고 넘긴다. 실제로 국내 자궁내막증 환자들의 평균 진단 시점은 첫 증상 발생 후 5~7년이 지난 뒤라는 통계도 있다. 이처럼 병이 진단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미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