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빠진 것 같아 걱정했는데 체중은 그대로예요.” 노령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에서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원인은 체중 감소가 아니라 근육량 감소인 경우가 많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수의학적으로는 전신 건강 이상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근육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게 하는 조직이 아니라 대사와 면역을 책임지는 장기”라며 “노령 반려동물의 근육 감소를 나이 탓으로만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근육은 단백질 대사, 혈당 조절, 체온 유지, 면역 반응 전반에 관여한다. 따라서 근육이 줄면 힘이 약해지는 데 그치지 않고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보통 7~8세 이후부터 근육 단백질 합성 능력이 서서히 떨어진다. 여기에 기초대사율 감소, 활동량 저하, 호르몬 분비 변화, 만성 신부전이나 심장질환, 내분비 질환 등이 겹치면 근육 소실 속도는 더 빨라진다. 초기에는 체중 변화 없이 허벅지나 엉덩이 근육의 탄력이 줄어드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계단 오르기를 힘들어하거나 보행 시 뒷다리가 흔들리는 모습, 등이 움푹 꺼진 체형 변화가 나타난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는 노령 반려동물에서는 염증성 물질 증가로 근육 분해가 급격히 진행되는데, 이를 악액질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한 노화성 근감소보다 예후가 나쁘고 회복도 어렵다. 김 원장은 “암이나 심부전, 신부전이 있는 경우 근육 소실은 생존율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