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동물병원 내 항생제 처방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예전에는 심각한 감염 질환에만 사용되던 항생제가 이제는 피부 트러블이나 단순 상처 치료에도 쉽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편의 중심의 진료 환경이 항생제 내성균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의 세균도 점차 내성을 획득하고 있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결국 더 강력한 약물이나 복합 처방이 필요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이 반복적인 노출 속에서 약물에 적응하며 더 이상 기존의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현상이다. 수의학계에 따르면, 피부염이나 귀 염증으로 내원한 반려견의 약 30% 이상에서 이미 다제내성균이 검출되고 있으며, 일부 균주는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내성균과 유사한 유전자 변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세균은 단순히 치료의 문제를 넘어, 보호자와 가족에게 전이될 위험도 안고 있다. 반려동물의 타액, 분변, 침구 등을 통해 사람의 생활공간으로 옮겨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현상을 원헬스(One Health) 문제로 정의하며,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반려동물 내성균이 하수나 토양으로 유출되면, 환경 내 세균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농축산업과 공중보건에까지 파급된다. 한 마리의 반려견에서 시작된 내성이 결국 사람의 병원에서 신약이 통하지 않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보호자의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항생제는 감기약이나 소염제처럼 증상을 완화하는 일반 의약품이 아니다. 수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감염 여부 확인 없이 임의로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증상이 호전됐다는 이유로 중간에 복용을 중단하면 내성균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반려묘의 요로감염이나 반려견의 피부염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재발을 막기 위한 장기 치료가 필요하므로, 처방 지침을 끝까지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