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통증이나 발열 완화를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이 자녀의 자폐스펙트럼장애(ASD)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체계적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기존 논문들의 불완전한 설계와 교란 요인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그동안 제기된 논란을 과학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약물역학 및 약물감시연구센터의 아니크 베라르(Anick Bérard) 박사 연구팀이 주도했으며, 국제 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전 세계 주요 데이터베이스와 회색문헌을 포괄적으로 조사해,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신경발달장애 발생 간의 연관성을 다룬 16편의 연구를 최종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연구팀은 각 논문의 설계, 표본 크기, 교란 요인 통제 여부, 노출 평가 방식 등 방법론적 질을 평가하고, 메타분석과 정량적 편향분석(quantitative bias analysis)을 병행했다. 그 결과, 일부 연구에서 보고된 ADHD 위험의 증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보였지만, 형제 대조군(sibling control) 분석을 적용했을 때 그 차이는 사라졌다. 즉, 동일한 가정 내에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통제되면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ADHD 발생 간의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베라르 교수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은 전 세계적으로 약 70%의 임산부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자가 보고(self-report)에 의존해 정확한 복용 시기나 용량, 노출 기간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런 한계 때문에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해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우리는 개별 연구의 한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위험이 과장되었음을 보여주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