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여러 질환에서 남녀 간 발병 경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천식은 남성이 어린 시절 더 많이 겪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성 환자가 늘어난다. 파킨슨병은 남성에게 흔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여성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특히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는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다발성경화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 2.5배, 루푸스는 무려 9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라호야면역학연구소(LJI)의 과학자들이 성별에 따른 면역체계의 특성과 그 작용 방식을 분석하는 새로운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리뷰 논문에서 LJI의 에리카 올만 새파이어(Erica Ollmann Saphire) 교수와 소니아 샤르마(Sonia Sharma) 부교수는 유전적 요인, 성호르몬, 환경적 요인이 어떻게 결합해 면역체계를 형성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연구팀은 면역학적 관점에서 생물학적 성별을 여성의 XX 염색체, 남성의 XY 염색체 보유 여부로 정의했다. 새파이어 교수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XX 또는 XY 중 하나를 가지고 있으며, X 염색체에는 면역과 관련된 유전자가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X 염색체를 두 개 갖고 있어 면역 반응을 조율하는 ‘색깔 팔레트’가 더 다양하고, 일부 유전자가 동시에 활성화될 경우 더 강력한 면역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호르몬 역시 면역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은 단순히 생식 기능을 넘어서, 면역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켜거나 끌지, 혹은 어느 정도 활성화할지를 결정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같은 유형의 면역세포라도 남성과 여성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여성은 두 개의 X 염색체 중 어느 하나를 무작위로 ‘켜기’ 때문에, 조직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면역세포가 혼합된 모자이크 형태의 면역 환경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여성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방어에 강점을 보이지만, 반대로 쇼그렌증후군, 전신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