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 새벽 밥 주고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바다 보고 싶어서 바로 나간 적 있었거든요 ㅋㅋ 원래는 그냥 근처 카페나 갈까 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집에 있으면 더 처질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대충 후드 하나 걸치고 카메라 챙겨서 월미 쪽으로 갔어요. 인천 살면 바다는 늘 거기 있는데 막상 안 가게 되잖아요. 저도 맨날 그렇다가 그날은 진짜 냅다 나감

도착했을 때 아직 완전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도 별로 없고 바람만 좀 세게 불었는데, 그게 오히려 좋더라고요. 누가 옆에서 말 거는 것도 없고, 뭘 해야 한다는 느낌도 없고. 그냥 난간에 기대서 물 보다가 사진 몇 장 찍고 또 걷고 그랬어요. 사진도 막 작품처럼 찍은 건 아니고, 가로등 불빛 물에 번지는 거랑 비어 있는 벤치 같은 거요. 집에선 별생각 다 들었는데 거기선 머리가 좀 조용해졌어요. 아 이래서 다들 바다 보러 가는구나 싶더라구요

제일 만족했던 건 사진보다 그 과정이었어요. 어디 멀리 여행 간 것도 아닌데, 잠깐 동네 벗어나서 다른 공기 맡는 것만으로 기분이 이렇게 바뀌는구나 싶어서. 저 원래 계획 없이 움직이면 괜히 불안한 편인데 그날은 그런 것도 없었어요. 커피 한 잔 사서 손 시려워하면서 마시고, 찍은 사진 확인하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컷이 몇 개 있어서 혼자 괜히 흐뭇 ㅠㅠ 고양이들 자는 시간에 나만 몰래 외출한 느낌도 좀 웃겼고요

집에 돌아왔을 때 피곤하긴 했는데 이상하게 개운했어요. 씻고 누웠는데 그날 바람 냄새가 계속 남아 있는 느낌? 별거 아닌데 그 별거 아닌 게 은근 오래 가더라고요. 그 뒤로 완전 거창하게 여행 가야 충전된다는 생각이 좀 줄었어요. 전 그냥 새벽에 훅 나가서 바다 한 번 보고 오는 거, 그게 제일 잘 맞았어요. 돈도 많이 안 들고 사진도 남고, 무엇보다 집사 마음이 좀 덜 답답해짐 ㅋㅋ 이제 또 답답한 날 오면 괜히 참지 말고 한 번 더 나가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