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나서는 시간이 많아질 줄만 알았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더라고요. 예전엔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원래 카페 가서 커피 한잔 천천히 마시는 걸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거기에 한 가지가 더 붙었습니다. 바로 카메라 들고 산책 다니는 취미예요. 거창한 장비는 아니고, 가볍게 들고 다닐 만한 걸로 시작했는데 이게 은근히 사람을 바깥으로 끌어내 줍니다.
처음에는 그냥 하늘 사진이나 찍어보자 싶었어요. 그런데 며칠 다니다 보니 골목 담벼락에 비친 오후 햇살, 카페 창가에 놓인 머그잔, 비 온 뒤 젖은 나무길 같은 게 자꾸 눈에 밟히더군요. 젊을 때는 빨리 지나가던 길인데, 요즘은 같은 길도 시간대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새삼 알게 됐습니다. 괜히 좋은 장면 하나 건지면 그날 기분이 오래 가고요. 집에 와서 찍은 사진 천천히 들여다보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특히 경기 쪽은 조금만 걸어도 공원이나 하천길이 잘 돼 있어서 산책하기 괜찮은 곳이 많더라고요. 저는 사람 너무 많은 데보다는 조금 한적한 곳이 좋습니다. 중간에 마음에 드는 카페 하나 들러서 쉬었다가, 다시 천천히 걷고, 괜찮은 장면 나오면 한 장 찍고요. 누가 보면 별거 아닌 하루 같겠지만, 저는 이런 시간이 꽤 귀하게 느껴집니다. 괜히 욕심내서 많이 찍으려 하지 않고, 그날 눈에 들어온 것 몇 장만 남겨도 충분하더군요.
다만 아직은 제가 찍고도 뭐가 잘 찍힌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풍경은 넓게 찍는 게 나은지, 아니면 가까이서 디테일을 잡는 게 나은지 늘 헷갈려요. 여기 갤러리 분들은 산책하면서 사진 찍을 때 주로 어떤 걸 먼저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빛을 먼저 보는 편인지, 구도를 먼저 보는 편인지요. 저처럼 늦게 시작한 취미인데도 오래 즐기고 계신 분 있으면 소소한 요령 좀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