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표 받아오면 저는 진짜 이상할 정도로 오래 봐요. 남들은 큰 이상 없으면 넣어두는 종이인데, 저는 작년 수치랑 올해 수치 나란히 놓고 하나씩 비교하거든요. 공복혈당 몇 올랐는지, 간수치가 기준 안이어도 왜 미세하게 움직였는지, 체중이랑 허리둘레는 어떤 흐름인지 혼자 표까지 만들어봄. 그래서 주변에서 저보고 너무 유난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저는 그런 유난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몸이 갑자기 확 나빠지는 것보다, 애매하게 바뀌는 신호를 먼저 보는 게 낫지 않나 싶어서요.

근데 요즘은 좀 다른 생각도 들어요. 숫자를 열심히 보는 건 좋은데, 그 숫자에 기분까지 너무 끌려다니면 피곤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한 항목이 기준치 안에 있어도 작년보다 조금 올라가 있으면 괜히 찜찜하고, 반대로 괜찮게 나와도 “이번엔 운이 좋았나?” 이런 식으로 해석하게 됨. 몸 상태를 체크하려고 시작한 건데, 어느 순간부터는 결과표가 생활평가표처럼 느껴질 때가 있더라. 잘 잤는지, 덜 먹었는지, 운동을 더 했어야 했는지 계속 복기하게 되고요.

그래서 최근엔 검진 결과를 볼 때도 흐름은 보되, 한 번에 모든 의미를 확정하지 말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수치는 참고가 될 수 있지만 그날 컨디션, 수면, 스트레스, 식습관 같은 것도 같이 봐야 하잖아요. 괜히 숫자 하나에 꽂혀서 혼자 겁먹는 것보다 생활패턴을 같이 적어두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처럼 데이터 보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아예 검진 전후 컨디션까지 기록해보면 좀 덜 과몰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요즘 드는 생각은 이거예요. 건강은 결국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숫자로만 다 설명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또 다음 검진 받으면 분명 엑셀 켤 겁니다. 다만 예전처럼 한 칸 올라갔다고 바로 호들갑 떨진 말자, 이 정도로 마음을 고쳐먹는 중이에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도 검진표 받으면 저처럼 전년 대비 비교부터 하는 사람 있나요? 다들 어느 선까지 신경 쓰는지 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