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즘 드라마랑 영화 좀 몰아서 봤는데, 진짜 웹툰이랑 웹소설만 파던 사람도 끌려들어갈 정도로 서사 잘 뽑힌 작품들 꽤 있더라. 원래 나는 뭐 하나 보면 자꾸 “이거 회귀물로 가면 더 재밌는데”, “여기서 흑막 정체 까면 딱인데” 이러는 타입이라 웬만하면 혼자 설정놀이 하다가 끝나거든. 근데 최근에 본 건 그런 쓸데없는 망상할 틈도 없이 그냥 끝까지 보게 됐음. 특히 인물 감정선 천천히 쌓다가 한순간에 빵 터뜨리는 작품들 있잖아. 그런 거 보면 진짜 드영배 갤 왜 맨날 난리 나는지 알겠더라.

제일 좋았던 건 캐릭터가 납작하지 않은 작품들이었음. 겉으로는 차갑고 무심한데 알고 보면 사연 한 바가지 있는 캐, 평범해 보이는데 결정적일 때 제일 미친 선택 하는 캐 이런 거. 솔직히 이런 맛 때문에 내가 웹소설도 끝도 없이 보는데, 영상으로 그걸 잘 살리면 또 다른 쾌감이 있더라. 표정 한 번, 정적 한 번으로 설명 다 해버리니까 괜히 더 과몰입됨. 그리고 요즘은 악역도 그냥 나쁜 놈으로 안 쓰고, “아 얘도 이렇게 된 이유가 있구나” 싶게 만들어서 마냥 미워하기가 어려웠음. 이런 서사 나오면 덕후 심장 바로 반응함.

영화 쪽은 확실히 두 시간 안에 압축해서 감정 끌어올리는 맛이 세더라. 드라마는 한 회 끝날 때마다 다음 화 버튼 누르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고, 영화는 보고 나서 한참 멍하게 만드는 여운이 있음. 최근 본 것 중 하나는 보고 나서 괜히 새벽에 누워서 장면 다시 떠올리게 되더라. “이 장면 대사 진짜 반칙 아니냐” 싶어서 혼자 중얼거림. 근데 또 어떤 작품은 다들 재밌다길래 봤는데 나는 생각보다 감흥이 덜해서, 역시 취향은 취향이구나 싶었음. 텐션만 높다고 다 재밌는 건 아니고, 결국 캐릭터랑 감정선이 내 취향에 꽂혀야 끝까지 가게 되는 듯.

아무튼 요즘 느낀 건, 내가 장르덕후라서 오히려 더 드라마나 영화 볼 때 기준이 빡센 줄 알았는데, 막상 잘 만든 건 매체 안 가리고 재밌게 보게 되더라. 서사 탄탄하고 캐릭터 살아 있으면 밤새는 건 똑같음. 나만 그런가? 다들 요즘 본 드라마나 영화 중에 “이건 진짜 과몰입 온다” 싶은 거 있었음? 너무 무거운 것보단 캐릭터 맛있는 거 좋아하는데 추천받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