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나 원래도 웹툰 웹소설 이것저것 잘 주워 먹는 편이긴 한데, 최근에 진짜 제대로 꽂힌 콘텐츠 생겨서 하루가 걍 그걸로 시작해서 그걸로 끝남. 한 번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엔 “오 설정 좀 괜찮네?” 이 정도였거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인물들 감정선이 미쳤더라. 특히 주인공이 혼자 버티는 척하면서 속으론 다 무너지고 있는 그 느낌을 너무 잘 깔아줘서, 보다 보니까 내가 다 과몰입하게 됨. 원래 새벽에 한두 화만 보고 자야지 했는데 정신 차려보면 해 뜨기 직전임. 역시 닉값대로 또 늦잠 예약함.

좋았던 게 그냥 자극적인 전개만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관계성이 계속 쌓이니까 한 장면 한 대사가 다 다르게 보인다는 거였음. 처음엔 별생각 없이 넘겼던 말들이 나중에 다시 터질 때 그 쾌감이 장난 아니더라. 그리고 조연도 허투루 안 써서 좋았음. 요즘 가끔 보면 주인공 말고는 다 기능성 캐릭터처럼 느껴질 때 있는데, 이건 각자 서사가 살아 있어서 누굴 잡아도 먹을 게 있음. 덕후 입장에서는 이런 작품이 제일 위험함. 한 명 잡았다가 커플링이랑 서사 조합이 끝도 없이 늘어남.

연출도 꽤 인상적이었음. 웹툰이면 컷 연출 때문에 숨 막히는 장면들이 있고, 웹소설이면 문장 리듬으로 감정 훅 들어오는 부분들이 있잖아. 이 작품은 그 포인트를 너무 잘 알아. 막 엄청 화려하게 꾸민 느낌은 아닌데,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장면들이 있음. 괜히 보고 나서 혼자 멍때리게 되는 타입. 요즘 내가 다른 거 보려고 틀어놔도 자꾸 이 작품 생각나서 집중이 안 됨. 심지어 ost 같은 거 들으면 자동으로 장면 재생됨. 이 정도면 진짜 제대로 빠진 듯.

혹시 드영배에도 이거 본 사람 있냐? 나만 이렇게 과몰입 중인 거 아니지? 특히 난 서브 캐릭터 쪽이 너무 아까워서 외전이나 스핀오프 더 나왔으면 좋겠는데, 다들 누구 제일 인상 깊었는지도 궁금함. 그리고 이런 식으로 감정선 촘촘하게 쌓이는 콘텐츠 있으면 추천 좀 해줘라. 당분간은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 같긴 한데, 덕질 연료는 많을수록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