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래 취미라 해봐야 누워서 웹툰 몰아보기, 웹소설 새벽 연재 따라가기 이런 거였거든. 근데 최근에 이상하게 작품 하나 끝내고 나면 설정이랑 떡밥이 머릿속에서 안 나가는 거임. 그래서 가볍게 메모장에 등장인물 관계 적기 시작했는데, 이게 점점 커져서 아예 세계관 정리 노트 만드는 취미가 됐음. 처음엔 “내가 이걸 왜 하지”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덕질 만족도가 진짜 확 올라가더라.

특히 회귀물이나 정치물, 가문 싸움 많은 작품은 인물만 많아도 머리 터지잖아. 예전엔 보다 말고 “쟤 누구였지?” 하면서 다시 올라갔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정리한 거 보면서 보니까 몰입감이 다름. 세력도, 복선도, 떡밥 회수 타이밍도 한눈에 보여서 작품이 더 재밌게 느껴짐. 약간 제작진 코멘터리 훔쳐보는 기분도 남. 거기다 명대사 적어두면 나중에 다시 봐도 뽕 차고, 캐릭터 감정선 따라 정리해두면 “아 여기서 이미 무너지고 있었네” 이런 것도 보여서 혼자 엄청 신남.

웃긴 건 이게 단순 기록이 아니라 스트레스 풀리는 취미가 됐다는 거. 형광펜 색 나눠서 주인공 파트, 빌런 파트, 떡밥 파트 따로 표시해두면 괜히 뿌듯함. 덕질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쌓이니까 좀 이상한 성취감도 있고. 물론 너무 과몰입하면 새벽 3시에 “이 인물 42화에서 표정이 복선 아니었나?” 이러고 캡처 다시 뒤지는 부작용이 있긴 한데, 적당히 하면 작품 오래 곱씹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수준은 되는 듯.

혹시 여기 비슷한 거 하는 사람 있음? 나처럼 설정 노트 만드는 사람 있는지 궁금함. 종이에 손으로 쓰는 쪽이 나은지, 태블릿으로 정리하는 게 나은지도 아직 고민 중임. 그리고 혹시 세계관 미친 작품 추천할 거 있으면 던져줘라. 이런 취미 붙고 나니까 떡밥 촘촘한 작품만 찾아 먹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