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진짜 전형적인 몰아보기파였거든요. 한번 꽂히면 새벽 4시까지 달리고, 다음날 출근길에 “아 어제 거기서 끊었어야 했는데” 이러는 타입이었음. 근데 그렇게 보다 보니까 재밌게 본 작품도 나중엔 장면만 띄엄띄엄 기억나고,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일부러 방식 바꿔서 해봤어요. 웹툰은 그날 본 화 감상 한두 줄 적고, 웹소설은 무지성 연속 결제 대신 하루 분량 정해서 끊어보기. 덕후 입장에선 솔직히 이게 금욕수련급이었음.
해보니까 제일 먼저 느낀 건 작품이 훨씬 오래 남는다는 거였어요. 예전엔 전개 쫓아가느라 떡밥, 대사 맛, 연출 포인트를 그냥 흘렸는데, 조금 천천히 보니까 “아 이 장면이 왜 좋았는지”가 보이더라구요. 특히 웹툰은 컷 배치나 표정 연출이 생각보다 훨씬 크게 남았고, 웹소설은 문장빨 좋은 작품들이 체감이 더 됐어요. 괜히 제가 그동안 스토리만 퍼먹고 디테일은 날려먹고 있었나 싶었음. 물론 단점도 있음. 개답답한 구간 걸리면 예전처럼 쭉 넘기질 못해서 고구마를 천천히 씹는 느낌이 남.
의외였던 건 덕질 피로도가 좀 줄었다는 거예요. 전엔 재밌는 작품 찾아도 오히려 “이거 다 따라가려면 체력 필요하네” 싶을 때가 있었는데, 이번엔 작품 수는 조금 줄어도 만족감은 더 컸어요. 그리고 감상 적어두니까 나중에 “이거 재밌었나?” 할 때 바로 기억 복구됨. 입문작 추천할 때도 훨씬 말이 잘 나오고요. 다만 과몰입형 인간은 조심해야 할 듯. 진짜 잘 맞는 작품 만나면 이 방식이고 뭐고 다 터짐. 저도 한 번은 결심 깨고 새벽까지 달렸습니다. 명작 앞에선 인간이 약함.
결론적으로 한 달 해보니까, 많이 보는 것보다 잘 보는 게 더 재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작품 맛을 더 진하게 느끼는 쪽? 물론 이게 누구한테나 맞는 건 아니고, 취향 따라 부담될 수도 있어요. 가볍게 덕질 페이스 조절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혹시 여기 분들은 웹툰이나 웹소설 볼 때 몰아보기파임, 아니면 끊어보기파임? 그리고 감상 기록 같은 거 남기는 사람 있으면 뭐로 정리하는지도 좀 궁금함. 저만 지금 혼자 덕후 실험실 돌리는 거 아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