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쪽에 따끔거리는 통증과 함께 띠 모양의 물집이 번지기 시작하면 대상포진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진단을 받은 뒤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 병이 가족이나 동료에게 옮지는 않느냐는 것이다. 대상포진은 독감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전염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정확한 정보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릴 때 수두를 앓게 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다. 수두를 앓고 난 뒤에도 이 바이러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신경절 속에 잠복해 있다가 나이가 들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대상포진으로 나타난다. 즉 대상포진은 새로운 감염이 아니라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전염병과는 성격이 다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의 물집에서 나오는 진물에는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들어 있어 이 진물에 직접 접촉하면 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다. 다만 옮은 사람이 대상포진으로 발병하지는 않고, 과거 수두를 앓은 적이 없거나 수두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에는 수두 형태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대상포진 환자와 접촉해 수두에 걸릴 수는 있어도, 접촉만으로 곧바로 대상포진이 생기지는 않는다.
반대로 이미 어릴 때 수두를 앓았거나 수두 백신을 맞아 면역을 갖고 있는 사람은 대상포진 환자와 접촉해도 쉽게 전염되지 않는 편이다. 체내에 이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항암치료나 장기이식, 만성질환 등으로 면역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감염이나 증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면역력에 따라 전염 양상이 달라질 수 있어 상담이 필요 [그림=메디닉스DB]
전염 위험이 특히 높은 대상이 따로 있다. 수두를 앓은 적이 없거나 백신을 맞지 않은 영유아, 임신 중인 여성, 신생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 등은 대상포진 환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임신부가 수두에 감염되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대상포진 환자가 가족 중에 있다면 임신부와의 접촉을 주의해야 한다.
전염이 가능한 기간도 정해져 있다. 피부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한 때부터 물집이 터져 마르고 딱지가 앉기 전까지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물집이 모두 딱지로 덮이고 나면 그 안의 바이러스는 더 이상 외부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염력도 사라진다. 따라서 이 기간에만 접촉을 피하면 전염에 대한 걱정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피부에 노출된 물집 부위가 넓거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에는 진물뿐 아니라 호흡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를 파종성 대상포진이라 부르는데, 일반적인 대상포진보다 전염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입원 치료와 격리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전체 대상포진 환자 중 일부에 해당하는 경우로, 대부분의 환자는 물집 부위만 가려주면 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전염을 예방하려면 물집이 생긴 부위를 옷이나 거즈로 덮어 진물이 다른 사람의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물집을 만진 뒤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수건이나 침구류는 가족과 따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물집이 터졌을 때 나온 진물이 묻은 옷이나 수건은 다른 세탁물과 분리해 세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손 씻기와 물집 가리기가 전염 예방의 기본 [그림=메디닉스DB]
대상포진은 예방접종으로도 어느 정도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질환이다.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들은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접종을 통해 발병률과 증상의 중증도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두를 앓은 적이 없는 소아나 성인이라면 수두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예방접종을 받는 것도 전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초기 증상을 알아두면 빠른 대처에 도움이 된다. 대상포진은 물집이 생기기 며칠 전부터 몸 한쪽에 찌릿하거나 화끈거리는 통증, 가려움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이후 붉은 발진과 함께 물집이 띠 모양으로 번진다. 몸 전체가 아니라 신경이 지나가는 한쪽 부위를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눈 주위나 이마, 코끝 등 얼굴에 물집이 생겼다면 시력이나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즉시 안과나 피부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통증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거나 물집이 몸 넓은 부위로 급속히 퍼지는 경우, 고열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평소 물집 부위를 깨끗이 가리고 고위험군과의 접촉을 피하는 생활 습관만 지켜도 불필요한 전염 걱정을 크게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