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잠든 채 다리를 파르르 떨거나 낑낑대는 모습을 보고 놀라 병원에 전화를 거는 보호자가 적지 않다. 대부분은 사람의 잠꼬대와 비슷한 정상적인 수면 중 근육 반응이지만, 드물게 발작 증상이 수면 중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개도 사람처럼 얕은 잠인 렘수면 단계를 거친다. 이 시기에는 뇌가 활발히 움직이며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 다리를 까딱거리거나 달리는 듯한 동작을 하고 눈꺼풀이 떨리거나 짧게 짖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는 정상적인 신경 반응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상적인 수면 틱은 보통 몇 초에서 길어야 1분 이내로 끝나며, 이름을 부르거나 몸을 가볍게 쓰다듬으면 쉽게 잠에서 깨어난다. 깨어난 뒤에는 곧바로 평소처럼 행동하고 의식이 또렷하며 배변이나 침 흘림 같은 이상 증상도 동반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발작은 양상이 다르다. 몸 전체가 뻣뻣하게 굳거나 네 다리를 심하게 휘젓듯 떨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눈이 풀린 채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입에서 거품이나 침이 흐르고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 경우도 있어 정상적인 꿈틀거림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리 떨림이 시작되면 이름을 불러 반응을 확인해야 [그림=메디닉스DB]
발작은 수면 중뿐 아니라 깨어 있을 때도 나타날 수 있으며, 지속 시간도 수면 틱보다 길어 1~2분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발작이 끝난 뒤에도 방향 감각을 잃고 비틀거리거나 한동안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 등 회복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발작의 원인은 다양하다.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반복되는 특발성 뇌전증이 대표적이며, 이 밖에도 저혈당, 간 기능 이상, 뇌종양, 독성 물질 섭취 등이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크게 달라지므로 자가 진단보다는 동물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호자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구분법은 영상 촬영이다. 다리 떨림이 시작되면 휴대전화로 짧게라도 촬영해 지속 시간과 반응 여부를 기록해두면 진료 시 큰 도움이 된다. 이름을 부르거나 살짝 몸을 만졌을 때 바로 깨는지, 반응이 없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령견의 경우 전정기관 이상이나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된 이상 행동이 발작처럼 보일 수도 있어 감별이 더 까다롭다. 갑자기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거나 방향을 잃고 빙빙 도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발작이 아니더라도 신경계 이상을 의심하고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발작이 의심되면 지체 없이 동물병원 진료 필요 [그림=메디닉스DB]
실제로 발작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무리하게 몸을 붙잡거나 입에 손을 넣어 혀를 빼려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오히려 보호자가 다치거나 반려견의 호흡을 방해할 수 있다. 주변의 가구나 물건을 치워 부딪히지 않도록 하고, 발작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며 시간을 재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이다.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차례 반복되는 군발성 발작이 나타난다면 응급 상황으로 판단하고 즉시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처음 발작을 겪는 어린 강아지나 기저질환이 있는 노령견이라면 증상이 짧게 끝났더라도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평소 반려견의 수면 습관을 관찰하고 다리 떨림이나 낑낑거림이 나타나는 빈도와 시간을 간단히 기록해두면 정상적인 틱인지 이상 신호인지 구분하는 데 유용하다. 조용하고 안정된 수면 환경을 만들어주고, 반복되는 이상 증상이 확인되면 지체하지 말고 수의사와 상담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