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생리 때마다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골반통이 일상생활을 방해한다면 단순한 생리통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을 덮는 조직과 유사한 조직이 난소와 나팔관, 골반 안쪽 등 자궁 밖에서 자라는 만성질환이다.
최근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연구진은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 정보를 함께 분석해 자궁내막증을 판별하는 인공지능 모델 ‘엔도퓨전’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모델은 골반 영상에서 진행성 자궁내막증을 시사하는 주요 소견을 분석해 양성과 음성을 약 83%의 정확도로 구분했다.
분석에 걸린 시간은 약 18밀리초로 보고됐다. 기존에는 초음파와 MRI가 각각 잘 포착하는 소견이 다르고 검사자의 경험에 따라서도 판독 결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두 영상검사의 정보를 결합하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진단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기술을 곧바로 실제 진료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연령과 질환 단계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외부 검증과 전향적 임상시험이 더 필요하다. AI가 의료진의 진찰과 영상 판독을 완전히 대신하거나 검사 결과 하나만으로 자궁내막증을 확진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자궁내막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생리통과 만성 골반통이다. 성관계 중 통증, 배변이나 배뇨 시 통증, 과다한 생리량, 복부 팽만, 피로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난임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의 강도와 병변의 범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병변이 넓어도 증상이 약할 수 있고, 병변이 작아도 심한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증상이 과민성장증후군이나 골반염, 방광질환, 일반적인 생리통과 겹치기 때문이다. 생리통을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거나 진통제로만 버티면서 진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월경 기간마다 학교나 직장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아프거나 진통제를 복용해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다. 생리와 관계없이 골반통이 지속되거나 성교통과 배변통, 임신의 어려움이 함께 나타날 때도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의료진은 증상이 시작된 시기와 월경 주기, 통증 부위, 임신 계획 등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골반 진찰과 초음파, MRI 등을 시행한다. 영상검사에서 병변이 보이지 않더라도 자궁내막증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복막 표면에 얕게 형성된 병변은 기존 영상검사로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와 병변 위치, 연령, 임신 계획을 종합해 결정한다. 통증 조절을 위한 약물과 호르몬 치료가 사용될 수 있으며, 약물치료로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난소 자궁내막종과 장기 유착 등이 의심되면 수술을 검토한다. 수술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자궁내막증을 예방하거나 특정 음식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기보다 통증 발생일과 생리량, 진통제 복용 횟수를 기록해 진료 시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AI 영상분석 기술은 자궁내막증 진단 지연을 줄일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통증을 정상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다. 월경통이 생활을 멈추게 할 정도라면 참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증상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적절한 평가를 받는 것이 질환을 조기에 관리하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