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정맥 채혈 한 번만으로 여러 종류의 암 여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검사 방식을 액체생검이라고 부르며, 최근 몇 년 사이 조기 암 발견을 위한 연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 모든 암을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암종을 한 번의 채혈로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액체생검은 몸속 조직을 직접 떼어내는 기존 생검과 달리, 혈액이나 소변 등 체액 속을 떠다니는 미세한 암세포 조각이나 유전물질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종양에서 떨어져 나온 순환종양디엔에이, 순환종양세포, 엑소좀 등이 주요 분석 대상으로 꼽히며, 이를 통해 몸속 어딘가에 암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해외 연구진과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암종을 동시에 살펴보는 다중암 조기발견검사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혈액 속에 섞여 있는 유전물질의 특정 변화 패턴을 분석해, 기존 국가 암검진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췌장암이나 난소암 같은 암종까지 함께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액체생검의 가장 큰 장점은 몸에 주는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조직검사처럼 마취나 절개 없이 채혈만으로 진행할 수 있어 반복 검사가 상대적으로 쉽고, 치료가 잘 듣고 있는지 살피거나 수술 후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데도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접근성이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액체생검은 채혈만으로 검사가 가능해 [그림=메디닉스DB]
그러나 액체생검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는 것이 학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암이 초기 단계일수록 혈액 속으로 흘러나오는 유전물질의 양이 매우 적어, 실제로는 암이 있는데도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는 검사의 민감도와 관련된 대표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반대로 실제로는 암이 없는데도 이상 신호가 검출되는 위양성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그에 따른 심리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한암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관련 학회들은 액체생검을 기존 국가 암검진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도구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관련 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 절차를 점차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인공지능 분석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어 [그림=메디닉스DB]
국내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에서도 액체생검과 관련한 임상연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혈액 속 미세한 유전자 변화 패턴을 더 정교하게 분석하려는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검사 정확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후속 연구 결과가 앞으로 순차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임상 현장에서는 폐암 등 일부 암종에서 치료 방향을 정하거나 재발 여부를 살피는 보조 수단으로 액체생검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조기 선별검사로서의 쓰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건강보험 적용 여부도 검사 목적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
액체생검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가 암검진이나 담당 의사가 권하는 정기 검진을 대체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유 없는 체중 감소나 만성 피로, 특정 부위의 통증이 계속된다면 액체생검 여부와 관계없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새로운 검사를 고려할 때는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담해 검사의 목적과 한계를 이해한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