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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바이러스 생태계 바이롬,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다음 화두로

세균 위주였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바이러스까지 넓어지는 흐름, 질병과의 연관성 규명 시도 이어져

메디닉스 정순현기자|입력 |조회 0
AI세줄 요약
  • 장 속 바이러스 군집 바이롬 주목받아
  • 세균 조절하며 면역·질환과 연관 추정돼
  • 식단 다양화와 항생제 남용 주의 필요

AI 기술로 자동 요약한 내용입니다.

실험실에서 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살펴보는 연구원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메디닉스DB]

속이 더부룩하거나 배변 상태가 오락가락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장 건강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동안 장 건강 이야기는 대부분 세균, 즉 마이크로바이옴에 집중돼 왔지만 최근에는 장 속에 함께 살고 있는 바이러스 무리인 바이롬이 세균 못지않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지난 10여 년간 비만, 당뇨, 면역 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의 연관성이 보고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장 속에는 수백 종에 이르는 세균이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소화 장애부터 만성 염증까지 여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연구 결과였다.

그런데 세균만큼이나 눈에 띄지 않게 장 속을 채우고 있는 존재가 바로 바이러스다. 사람 장 속 바이러스 대부분은 사람 세포가 아니라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박테리오파지로, 세균에 감염해 그 수를 조절하거나 유전자를 옮기는 역할을 한다. 이런 바이러스 집합을 통틀어 장내 바이롬이라고 부른다.

바이롬은 마이크로바이옴보다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변이 속도도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바이러스 구성이 크게 달라 지문처럼 개인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바이롬은 장내 생태계에서 세균 군집의 구조와 기능을 조절하는 숨은 변수로 여겨진다.

실험실에서 배양 접시를 살펴보는 연구원

장내 바이러스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 [그림=메디닉스DB]

바이롬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면역 체계와의 관계다. 박테리오파지는 특정 세균을 골라 감염시키면서 장내 세균총의 구성 비율을 바꾸고, 이 과정에서 장 점막의 면역 반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면역세포가 바이러스 입자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과정 자체가 전신 면역 조절과 맞닿아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염증성 장질환이나 대사 관련 질환을 겪는 사람들의 장내 바이롬 구성이 건강한 사람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바이롬 변화가 질병의 원인인지, 질병으로 인한 결과인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단계다.

바이롬 연구가 늦게 시작된 데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표준화된 유전자 표지가 없어 종을 구분하기가 까다롭고, 아직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미지의 바이러스가 훨씬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발견된 장내 바이러스 상당수는 정체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

채소와 발효식품을 준비하는 모습

식습관이 장내 바이러스 구성에 영향을 줄 수도 [그림=메디닉스DB]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과 대한소화기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도 바이롬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다음 단계로 보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분변 미생물군 이식과 같은 치료법의 효과를 설명할 때도 세균뿐 아니라 함께 옮겨지는 바이러스의 역할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습관이 바이롬 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이나 발효식품 섭취가 특정 세균을 늘리면서 그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 구성에도 변화를 준다는 분석이 있다.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검증은 부족하지만, 식단이 바이롬을 조절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롬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특정 식품이나 제품이 바이롬을 개선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다만 채소와 통곡물, 발효식품을 고루 챙기고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은 세균과 바이러스로 이뤄진 장내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배변 습관이 갑자기 바뀌거나 소화 장애가 오래 지속된다면 자가 진단보다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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