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텔레비전 소리를 유난히 크게 키우거나 자꾸 "잘 안 들려"라는 말을 한다면 삼출성 중이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삼출성 중이염은 중이 안에 물 같은 삼출액이 고이면서 통증 없이 청력만 서서히 떨어지는 질환으로, 감기를 앓은 뒤 소아에게 특히 흔하게 나타난다.
흔히 아는 중이염은 갑작스러운 귀 통증과 발열을 동반하는 급성 중이염이지만, 삼출성 중이염은 염증이 가라앉은 뒤에도 중이 안에 액체가 남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통증이 거의 없다 보니 아이 스스로 불편함을 표현하지 못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삼출성 중이염의 주된 원인은 중이와 코 뒤쪽을 연결하는 이관, 즉 유스타키오관의 기능 저하다. 이 통로가 제대로 열리고 닫히지 못하면 중이 안의 압력이 조절되지 않고 점액성 액체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고이게 된다.
소아는 성인보다 이관이 짧고 수평에 가까워 코와 목의 염증이 중이로 쉽게 번지는 구조적 특징을 가진다. 이 때문에 환절기 감기, 알레르기비염, 아데노이드 비대 등이 있는 아이일수록 삼출성 중이염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환절기 감기 뒤 아이 귀 상태 살펴보기 [그림=메디닉스DB]
대표적인 증상은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는 느낌과 청력저하다. 아이들은 텔레비전 볼륨을 크게 키우거나, 이름을 불러도 잘 반응하지 않거나, 같은 말을 자꾸 되묻는 모습을 보인다. 간혹 이명이나 가벼운 어지럼을 호소하기도 한다.
문제는 겉으로 아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열도 없고 울지도 않다 보니 보호자가 단순히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산만한 아이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력저하가 오래 지속되면 언어발달이나 학습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진단은 이비인후과에서 이경으로 고막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고막운동성계측검사로 중이 안의 액체 유무와 압력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필요한 경우 순음청력검사를 함께 시행해 실제 청력 손실 정도를 파악한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등 전문 학회들은 삼출성 중이염 대부분이 별다른 치료 없이도 수주에서 수개월 안에 자연스럽게 호전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항생제를 바로 쓰기보다 일정 기간 경과를 지켜보며 상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이다.

검사로 중이 안 삼출액 여부 확인 [그림=메디닉스DB]
그러나 삼출액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청력저하가 뚜렷할 때는 고막에 작은 튜브를 넣어 중이 안의 압력을 조절하는 환기관삽입술을 고려하게 된다. 아데노이드 비대가 반복적인 원인으로 확인되면 아데노이드절제술을 함께 검토하기도 한다.
성인에게서 한쪽 귀에만 삼출성 중이염이 생겼다면 단순 감기 후유증으로 넘기지 말고 비인두 쪽 다른 질환 여부를 함께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반복적인 코막힘이나 비염을 방치한 상태에서 이관 기능이 떨어져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코를 세게 풀지 않고 양쪽 콧구멍을 번갈아 살살 풀도록 아이에게 알려주고, 간접흡연 노출을 피하며 손씻기로 감기 자체를 줄이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청력저하나 먹먹함이 2주 이상 이어지거나 언어발달이 또래보다 늦다고 느껴지면 지체하지 말고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