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화장실을 평소보다 자주 들락거리면서도 정작 소변량은 적고, 배뇨 자세를 취한 채 낑낑대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순한 습관 변화로 넘기기 어렵다. 이런 증상은 세균 감염이 아니라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방광염에서 흔히 나타난다. 특히 젊거나 중년의 실내 고양이에서 자주 관찰되며,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발성 방광염은 고양이 하부요로질환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세균이나 결석 등 뚜렷한 원인이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사람의 방광염과 달리 항생제 치료만으로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과거에는 고양이 배뇨 이상을 대부분 세균 감염 문제로 여겼지만, 실제 검사에서 세균이 확인되는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방광 벽의 신경 과민 반응과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가 증상을 유발하는 주된 기전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양이는 환경 변화에 민감한 동물로, 이사나 가구 배치 변경, 새로운 반려동물이나 가족 구성원의 등장, 다묘 가정 내 서열 갈등 등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신경계를 통해 방광 점막의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환경 변화가 고양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면서도 소변량이 적은 배뇨 곤란, 배뇨 시 통증으로 인한 울음소리, 혈뇨, 화장실이 아닌 장소에서의 배뇨, 생식기 부위를 과도하게 핥는 행동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단발성으로 나타났다가 스트레스 상황이 반복되면 재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내에서만 생활하며 활동량이 적고 비만한 고양이, 다묘 가정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일수록 특발성 방광염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는 습관도 소변이 농축되면서 방광 점막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수컷 고양이의 경우 요도가 좁고 길어 염증으로 인한 부산물이 요도를 막으면서 요도 폐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뇨 자세를 취하는데도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신장 기능에 급격한 손상을 줄 수 있어 즉각적인 응급 진료가 필요하다.
특발성 방광염은 다른 원인을 배제한 뒤에야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이다. 동물병원에서는 소변검사와 영상검사를 통해 세균 감염, 결석, 결정뇨 등 다른 하부요로질환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 뒤,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으면 특발성 방광염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질환을 배제한 뒤 특발성 방광염으로 진단 [그림=메디닉스DB]
치료의 핵심은 약물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환경 관리에 있다. 화장실 개수를 고양이 마릿수보다 한 개 더 두고, 조용하고 접근이 쉬운 위치에 배치하며, 모래는 자주 갈아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은신처와 높은 곳 등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도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다.
페로몬 확산기 사용이나 급여 방식의 변화, 캣타워와 장난감을 통한 활동량 증가 등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료를 건식에서 습식으로 바꾸거나 물그릇 개수를 늘려 음수량을 늘리는 방법도 방광 점막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고양이가 화장실을 드나드는 횟수와 배뇨량을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면 이상 증상을 빨리 알아챌 수 있다. 배뇨 자세를 취하는데도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거나 하루 이상 배뇨를 하지 못하는 경우, 특히 수컷 고양이라면 요도 폐색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