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견을 키우는 보호자라면 반려견이 산책을 다녀온 뒤나 흥분했을 때 갑자기 컹컹거리는 기침을 반복해 감기에 걸린 줄 알고 걱정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만성적인 기침은 단순한 호흡기 감염이 아니라 기관 자체의 구조적 문제인 기관허탈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환절기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침이 심해지면 그냥 감기려니 넘기기 쉽지만, 소형견의 만성기침은 기관 구조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흔해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기관허탈은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인 기관을 지탱하는 연골고리가 약해지거나 납작하게 눌리면서 기도 단면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기관은 둥근 관 모양을 유지해야 하지만 연골 강도가 약해지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기관 벽이 안쪽으로 함몰돼 공기 흐름을 방해한다.
이 질환은 특히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 치와와, 토이푸들 등 체중이 5킬로그램 안팎인 소형견에서 자주 확인된다. 선천적으로 기관 연골 조직이 약하게 타고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령견이거나 이미 체중이 많이 나가는 개체라면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거위가 우는 소리와 비슷한 건조하고 거친 기침이다.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산책이나 놀이로 흥분했을 때, 날씨가 덥고 습할 때, 목줄을 세게 잡아당길 때 기침이 급격히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흥분하거나 목줄을 당길 때 기침이 심해질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문제는 발열이나 콧물 같은 다른 감기 증상 없이 기침만 반복되기 때문에 단순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다. 초기에 적절히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점차 악화돼 가벼운 움직임에도 숨쉬기 힘들어하거나 청색증 같은 위급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만은 기관허탈 증상을 뚜렷하게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체중이 늘면 목과 가슴 주변 지방이 기관을 눌러 좁아진 기도를 더욱 압박하기 때문에 이미 진단받은 반려견이라면 체중 관리가 치료의 핵심 요소가 된다. 따라서 반려견의 체형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사료량과 간식을 조절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동물병원에서는 청진과 함께 엑스레이 촬영, 투시검사, 기관지 내시경 등을 통해 기관이 눌리는 정도와 위치를 확인한다. 증상이 흥분하거나 움직일 때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료실에서 재현되지 않으면 보호자가 촬영한 영상이 진단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엑스레이 등 검사로 기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일상 관리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목에 직접 압박을 주는 목줄 대신 가슴 전체로 힘을 분산하는 하네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담배 연기, 먼지, 향이 강한 방향제 등 기도를 자극하는 요인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증상이 가벼운 단계에서는 기침 완화제나 기관지 확장제 등을 활용한 내과적 관리로 충분히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약물 치료에도 반응이 없을 정도로 기도 좁아짐이 심한 중증 사례에서는 기관 내부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등의 외과적 처치를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수술적 처치는 위험 부담이 있어 수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평소 반려견이 흥분하거나 운동한 뒤 거위 울음 같은 기침을 반복하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거나 잠깐이라도 혀나 잇몸 색이 파랗게 변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감기약을 먹이기보다 동물병원을 찾아 기관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좋다. 체중 조절과 하네스 착용, 자극물질 회피 같은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