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온 가족이 모여 갈비찜과 전, 나물을 나눠 먹는 자리에서 반려견이나 반려묘에게도 상 위 음식을 슬쩍 건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명절 음식 상당수는 사람에게는 무해해도 반려동물에게는 소화불량부터 중독, 장 손상까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비찜이나 갈비탕에 들어간 뼈는 반려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지만 가장 위험한 부위이기도 하다. 조리 과정에서 익은 뼈는 날것보다 잘 부서지는 성질이 있어 씹는 동안 날카로운 조각으로 쪼개지기 쉽고, 이 조각이 목에 걸리거나 식도와 위장, 장 점막을 찌르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뼈 조각이 위나 장까지 내려가면 장폐색이나 천공으로 이어져 수술적 처치가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어, 뼈를 삼킨 정황이 확인되면 방사선 검사 등으로 위장관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안전하다.
전은 기름에 튀기듯 부쳐낸 음식이라 지방 함량이 높다. 반려동물이 평소 먹지 않던 기름진 음식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급성 췌장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며, 구토와 설사, 식욕부진 같은 증상이 명절 연휴가 끝난 뒤에도 며칠씩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나물류는 건강한 채소 반찬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간장, 참기름, 다진 마늘, 파 등으로 양념이 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파와 마늘, 양파 등 백합과 식물에 포함된 성분은 개와 고양이의 적혈구를 파괴해 용혈성 빈혈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물 속 양념 성분도 반려동물에는 위험 [그림=메디닉스DB]
양파나 마늘 성분은 소량이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체내에 축적될 수 있어, 국물이나 나물 무침에 섞여 들어간 정도의 양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섭취 후 며칠이 지나 무기력, 잇몸 창백, 소변 색 변화 등 빈혈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관찰이 필요하다. 나이가 많거나 지병이 있는 반려동물은 소량의 노출에도 증상이 더 빨리,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명절 음식은 간장과 소금으로 간이 진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 기준으로 만들어진 짠 음식을 반려동물이 섭취하면 급성 나트륨 중독으로 인한 구토, 설사, 심한 갈증, 심하면 경련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수의학계의 설명이다.
잡채에 쓰이는 당면과 식혜, 유과 등 단맛이 강한 명절 음식도 안전하지 않다. 과도한 당분은 비만이나 당뇨 위험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부담이 되고, 일부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가공식품은 개에게 치명적인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어 성분을 확인하지 않은 음식은 주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송편이나 떡류처럼 찰지고 잘 뭉치는 음식도 주의 대상이다. 특히 크기가 작은 소형견이나 노령 반려동물은 떡이 목이나 식도에 걸려 질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명절 상차림에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음식이라도 나눠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사 시간엔 반려동물을 분리해 관리 [그림=메디닉스DB]
명절 음식을 먹은 뒤 반려동물이 반복적으로 구토하거나 설사를 하고, 배를 만졌을 때 아파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잇몸 색이 창백해지는 경우에는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넘기지 말고 빠르게 동물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위험한 음식을 먹은 것을 확인했다면 임의로 구토를 유도하거나 민간요법을 시도하기보다 즉시 수의사에게 연락해 안내를 받는 것이 우선이며, 섭취한 음식의 종류와 양, 시간을 정확히 기억해두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여러 동물병원은 명절 연휴마다 사람 음식 섭취로 인한 응급 내원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연휴 기간에는 병원 운영 시간이 제한적일 수 있는 만큼 미리 인근 24시간 동물병원의 위치와 연락처를 확인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과 명절을 함께 보내고 싶다면 사람 음식 대신 평소 먹는 사료나 반려동물 전용 간식을 별도로 준비해 나눠주는 방법이 안전하다. 가족들이 식사하는 동안에는 반려동물을 다른 공간에 두거나 이동장에 넣어두는 등 상 위 음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명절철 사고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