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람을 오래 쐰 뒤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쑤시면서 속까지 더부룩해지면 많은 사람이 검색창에 냉방병 약을 입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냉방병만을 위한 별도의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증상에 따라 일반의약품을 선택하고 생활 습관을 함께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 차이가 크게 벌어진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자율신경계가 혼란을 겪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더운 바깥과 서늘한 실내를 오갈 때마다 혈관이 급격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진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두통과 어지럼증, 온몸이 뻐근한 근육통, 소화불량과 복부 팽만감, 콧물과 재채기, 눈의 건조감과 피로감 등이 꼽힌다.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의 조합이 달라 감기나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해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여름철 사무실이나 대중교통처럼 냉방이 하루 종일 가동되는 공간에서 오래 근무하거나 이동하는 사람일수록 증상을 자주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얇은 옷차림으로 강한 냉기에 반복 노출되면 몸이 회복할 틈 없이 증상이 누적되기 쉽다.

냉방 센 사무실선 얇은 겉옷이 필수 [그림=메디닉스DB]
질병관리청 등 보건 당국에 따르면 냉방병은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아니라 신체가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기능적 반응에 가깝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냉방병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된 전용 의약품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약국에서 흔히 권하는 것은 두통과 근육통에는 해열진통제, 속이 더부룩할 때는 소화제, 콧물이나 재채기가 심하면 항히스타민 성분의 일반의약품 정도다. 다만 증상이 겹친다고 여러 약을 한꺼번에 임의로 섞어 복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냉방병과 감기, 독감의 초기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발열이 38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인후통이 심하고 기침이 오래가면 단순 냉방병보다는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실내외 온도 차이를 5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사무실에서는 얇은 겉옷이나 무릎담요를 준비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에어컨 바람이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시간마다 환기하면 예방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서는 자리에서 틈틈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카페인과 술을 줄이는 대신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이 권장된다. 몸이 차가워지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어 손발이 시릴 때는 따뜻한 물로 씻어 체온을 올려주는 것도 좋다.
노약자와 임산부, 당뇨나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은 온도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은 실내에서도 개인용 겉옷을 챙기고 냉방이 강한 공간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편이 낫다.
증상이 하루 이틀 휴식과 생활 관리로 나아지지 않거나 고열, 심한 근육통이 함께 나타난다면 자가 처방 대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시중 의약품을 임의로 장기간 복용하기보다는 증상에 맞는 약을 단기간 사용하고 충분한 휴식과 체온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냉방병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