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밤잠을 설치다 결국 수면제 처방을 검색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불면이 하루이틀에 그치지 않고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 일상생활과 업무에 지장을 주고 낮 동안 집중력 저하와 감정 기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수면제는 병원 진료 후 의사 판단에 따라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임의로 살 수 없다. 어떤 절차를 거쳐 처방받는지, 처방 전후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주 깨는 증상이 반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원인은 스트레스와 불안 같은 심리적 요인부터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 갱년기 호르몬 변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까지 다양하다. 대한수면학회에 따르면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잠이 안 온다고 곧바로 수면제부터 찾기보다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수면제로 흔히 쓰이는 약물은 대부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구매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약물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진정 효과를 내는 만큼 오남용과 의존 위험이 있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병원에서 처방받으려면 먼저 진료를 통해 불면 증상의 원인과 정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병원을 찾으면 의사는 언제부터 잠을 못 잤는지, 잠드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밤중에 몇 번이나 깨는지, 낮 동안 졸림이나 피로감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묻는다. 최근 며칠간의 수면 시간과 패턴을 적어두는 수면일지를 지참하면 진료에 도움이 된다. 코를 심하게 골거나 자다가 숨이 막히는 증상이 있다면 수면무호흡증, 다리가 저리고 움직이고 싶어 잠들기 힘들다면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 감별이 필요하다.

수면일지 지참하면 진료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진료 결과 단순 불면증으로 판단되면 증상과 나이, 다른 질환 여부에 따라 약물이 처방된다. 흔히 쓰이는 계열로는 잠드는 것을 돕는 약물, 수면 유지에 도움을 주는 약물, 몸의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멜라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 등이 있다. 어떤 약물이 적합한지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다.
수면제는 대개 단기간 사용을 원칙으로 처방된다. 오래 복용할수록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용량을 늘려야 하는 내성이 생기거나 약물 없이는 잠들기 어려운 의존 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고령 환자는 약물로 인해 어지럼증이나 균형감각 저하가 나타나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처방받은 뒤에도 정해진 기간마다 병원을 다시 찾아 효과와 부작용을 점검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의로 복용량을 늘리거나 다른 사람의 처방약을 나눠 먹는 행위는 절대 피해야 한다. 반대로 오래 먹던 수면제를 의사와 상의 없이 갑자기 끊으면 오히려 불면이 심해지거나 불안, 초조함 같은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용량을 줄이거나 끊는 과정도 의사의 지침에 따라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술과 함께 복용하면 진정 작용이 과도하게 커져 위험할 수 있어 절대 병용해서는 안 된다.

처방된 용량과 기간 지키는 게 중요 [그림=메디닉스DB]
약물 치료와 함께 우선적으로 권장되는 방법은 생활습관 교정과 인지행동치료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낮잠 줄이기, 오후 이후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 자제하기, 잠자리에서는 휴대전화를 멀리하기 등이 기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침실 온도와 조명을 적절히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면 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수면유도제는 대부분 졸음을 유발하는 항히스타민 성분으로, 병원에서 처방받는 수면제와는 작용 원리가 다르다. 일시적인 가벼운 불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며칠 이상 복용해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낮 동안 몽롱함이 지속된다면 자가 처방을 이어가지 말고 병원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불면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낮 동안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피로감이 크다면 자가 관리보다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처방받은 수면제는 정해진 용량과 기간을 지키고 임의로 조절하지 않아야 하며,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습관을 함께 들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