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른 냉 색깔이나 냄새, 갑작스러운 가려움 때문에 인터넷 검색창에 질염 증상을 입력해본 여성이 적지 않다. 질염은 여성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은 겪는다고 할 만큼 흔한 부인과 질환이지만 원인균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과 필요한 치료법이 크게 달라지므로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
질염의 가장 대표적인 신호는 냉, 즉 질 분비물의 변화다. 평소보다 양이 많아지거나 색깔이 누렇거나 회백색으로 바뀌고, 생선 비린내나 시큼한 냄새가 동반된다면 세균성 질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면 분비물이 코티지치즈처럼 하얗고 덩어리진 형태로 나오면서 심한 가려움이 함께 나타난다면 칸디다성 질염일 가능성이 있다.
가려움과 화끈거림도 흔한 증상이다. 외음부 주변이 붉게 부어오르거나 따가운 느낌이 들고, 소변을 볼 때 살이 스치면서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성관계 중이나 이후 불편감이나 통증이 생기는 것도 질염에서 자주 관찰되는 증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질염은 원인균에 따라 크게 세균성 질염, 칸디다성 질염, 트리코모나스 질염으로 나뉜다. 세균성 질염은 질 내 정상균총 균형이 무너지면서 생기고, 칸디다성 질염은 곰팡이균인 칸디다가 과증식하면서 발생한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원충에 의한 감염으로 성 접촉을 통해 옮을 수 있어 배우자나 파트너의 동반 검사와 치료가 함께 필요한 경우가 많다.

원인균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져 [그림=메디닉스DB]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했거나 스트레스, 수면 부족으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질 내 정상균총 균형이 무너지면서 질염이 생기기 쉽다. 당뇨병이 있어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도 칸디다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재발성 질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통풍이 잘 되지 않는 꽉 끼는 속옷이나 스키니진을 즐겨 입는 습관, 땀을 많이 흘린 뒤 젖은 상태로 오래 방치하는 것도 질 주변 습도를 높여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생리대나 팬티라이너를 자주 교체하지 않는 것 역시 위생 상태를 악화시켜 증상을 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도한 질 세정 습관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질 내부를 세정제로 지나치게 자주 씻어내면 유익균까지 함께 사라져 정상균총 균형이 무너지고 외부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전문 학회에서는 질 내부 세정보다는 외음부를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씻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질염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인터넷에서 본 정보만으로 임의로 질정이나 연고를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원인균을 정확히 모른 채 자가 치료를 하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가라앉았다가 재발하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임신 중이거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진료를 받은 뒤 처방에 따라 치료해야 한다.

통풍 잘되는 속옷 착용이 예방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질염을 방치하면 염증이 자궁경부나 자궁, 나팔관까지 퍼져 골반염으로 진행할 수 있고, 이는 만성 골반통이나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트리코모나스 질염처럼 성매개감염 형태로 옮는 경우는 파트너와 함께 치료받지 않으면 재감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여성 생식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 통풍이 잘 되는 순면 속옷을 착용하고, 배변이나 배뇨 후에는 앞에서 뒤로 닦는 습관을 들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생리 기간에는 생리대나 탐폰을 오래 방치하지 않고 자주 교체하는 것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냉 색깔이나 냄새가 평소와 확연히 다르거나 가려움과 통증이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자가진단에 의존하기보다 산부인과를 방문해 정확한 원인균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증상이 가볍다고 넘기기보다는 조기에 진료를 받아 원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재발을 막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