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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학술 리포트

생물학적 나이 재는 후성유전학시계, 상용화까지는 갈 길 멀다

텔로미어와 다른 DNA메틸화 방식으로 몸나이 측정, 검사 표준화와 임상 근거는 여전히 부족

메디닉스 정하준기자|입력 |조회 0
AI세줄 요약
  • DNA메틸화 기반 후성유전학시계 등장
  • 텔로미어와 다른 원리로 노화속도 추정
  • 검사결과 맹신 말고 생활습관 관리 필요

AI 기술로 자동 요약한 내용입니다.

실험실에서 혈액 샘플을 분석하는 연구원의 모습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메디닉스DB]

건강검진 결과지에 실제 나이보다 젊거나 늙은 '생물학적 나이'가 표시돼 놀란 경험이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수치를 산출하는 대표적 방법 중 하나가 혈액이나 조직에서 DNA 메틸화 패턴을 분석하는 후성유전학적 시계다. 텔로미어 길이 측정과는 전혀 다른 원리로 노화 속도를 추정하지만, 아직 임상 현장에서 진단 도구로 쓰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성유전학적 시계는 유전자 서열 자체가 아니라 DNA에 화학적 표지가 붙는 메틸화 패턴을 살펴본다. 나이가 들수록 특정 부위에서 메틸기가 늘거나 줄어드는 변화가 비교적 일정한 방향으로 나타나는데, 이 패턴을 여러 지점에서 종합해 계산하면 실제 생물학적 나이와 유사한 수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기존에 노화 지표로 널리 알려진 텔로미어 길이 측정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하는 반복 서열로, 세포 분열을 거듭할수록 짧아지는 성질을 이용해 노화를 가늠한다. 반면 후성유전학적 시계는 세포 분열 횟수가 아니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화학적 변화를 지표로 삼기 때문에 같은 사람에게서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방식을 이용해 여러 종류의 시계 모델을 개발해 왔다. 초기 모델은 단순히 달력 나이를 얼마나 정확히 맞히는지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후 등장한 모델들은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나 사망 위험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도록 설계됐다. 즉 실제 나이를 맞히는 정확도보다 건강 수명을 예측하는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실험실에서 DNA 메틸화 데이터를 확인하는 연구원

메틸화 패턴 분석으로 노화 속도 추정 [그림=메디닉스DB]

일부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이런 시계로 측정한 생물학적 나이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이나 대사질환, 특정 암의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런 결과는 후성유전학적 시계가 단순한 실험실 지표를 넘어 실제 건강 상태를 반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같은 혈액 시료라도 분석 기관이나 사용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산출되는 생물학적 나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표준화된 측정 프로토콜이나 참고치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 한 기관에서 젊게 나온 결과가 다른 기관에서는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보고된다. 이 때문에 검사 결과를 개인의 건강 상태 판단 근거로 곧바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소비자 대상 유전자 검사 업체들이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활용한 생물학적 나이 측정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를 확인하고 생활습관 개선의 동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서비스가 의료기관의 진단 검사와 같은 수준의 신뢰도를 갖췄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생물학적 나이 검사를 위해 채혈하는 모습

소비자 대상 생물학적 나이 검사 서비스 확산 [그림=메디닉스DB]

국내외 보건 당국은 아직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질병 진단이나 치료 결정을 위한 공식 검사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관련 연구는 연구 목적의 코호트나 임상시험에서 부수적 지표로 활용되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개인 맞춤 의료 현장에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검증 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관련 학회들도 이 기술의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특정 시계 모델이 특정 인종이나 연령대, 생활환경에서 개발된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을 경우 다른 집단에 그대로 적용했을 때 오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추가 검증이 필요한 이유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생물학적 나이 검사 결과를 지나치게 신뢰하기보다 하나의 참고 지표로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검사 결과가 젊게 나왔다고 방심하거나 늙게 나왔다고 불안해하기보다는,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금연과 절주 같은 검증된 생활습관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실제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더 확실한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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