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몸무게가 눈에 띄게 늘면서 얼굴이 둥글게 부어오르고 목 뒤쪽과 어깨 사이에 살이 볼록하게 쌓이는 변화를 단순한 비만이나 노화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독특한 체형 변화는 부신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쿠싱증후군의 대표적인 신호일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르티솔은 본래 스트레스 상황에서 혈당과 혈압을 조절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그러나 이 호르몬이 정상 범위를 넘어 지속적으로 과다하게 분비되면 지방이 얼굴과 몸통, 목뒤 등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쌓이는 반면 팔다리는 오히려 가늘어지는 독특한 체형 변화가 나타난다.
쿠싱증후군의 원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뇌하수체에 생긴 종양이 부신을 자극하는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시켜 코르티솔 생산이 늘어나는 경우와, 부신 자체에 생긴 종양이 코르티솔을 직접 과다하게 만들어내는 경우다. 드물게는 폐나 다른 장기에 생긴 종양이 호르몬을 분비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관절염이나 천식, 자가면역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 제제를 장기간 복용하거나 주사, 연고 형태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스테로이드 성분 때문에 쿠싱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약물 사용력을 확인하는 것이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얼굴형 변화를 살피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쿠싱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얼굴이 둥글고 붉게 부어오르는 이른바 달덩이 얼굴, 목뒤와 어깨 사이에 지방이 쌓이는 물소혹 모양의 융기, 배와 몸통은 살이 찌지만 팔다리는 상대적으로 가늘어지는 중심성 비만 등이 꼽힌다. 이런 변화는 단기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기존 체형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피부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다. 배나 허벅지 등에 붉거나 자주색을 띠는 넓은 튼살 자국이 생기고, 작은 충격에도 멍이 쉽게 들며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여드름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여성의 경우 얼굴과 몸에 털이 굵어지는 다모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근육량 감소로 팔다리에 힘이 빠져 계단을 오르거나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예전보다 힘들어지는 것도 흔한 증상이다. 아울러 혈압과 혈당이 오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병 진단을 새로 받는 경우가 있고, 여성은 생리 불순이나 무월경을 겪기도 한다. 불안감과 우울감 등 정서적 변화가 동반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하나씩 놓고 보면 단순 비만, 갱년기, 스트레스에 의한 변화로 오인되기 쉽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지, 체중 증가와 동시에 근력 저하와 피부 변화가 겹쳐 나타나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조기 진단에 중요하다.

혈액검사로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 [그림=메디닉스DB]
쿠싱증후군이 의심되면 병원에서는 24시간 소변을 모아 코르티솔 수치를 확인하거나, 저녁에 약물을 복용한 뒤 다음날 아침 혈액 속 코르티솔이 억제되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한다. 타액 코르티솔 검사나 혈중 호르몬 수치 측정, 뇌하수체와 부신에 대한 영상 검사도 원인을 찾는 데 활용된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뇌하수체나 부신에 종양이 있는 경우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며, 수술이 어렵거나 종양이 남은 경우 약물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 약물 사용이 원인이라면 의료진과 상의해 용량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안전하다.
얼굴이 붓고 목뒤에 살이 차오르면서 동시에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피부에 넓은 튼살이나 잦은 멍이 생긴다면 단순한 체중 증가로 넘기지 말고 내분비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 들어 혈압이나 혈당이 갑자기 오르거나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관련 증상을 의료진에게 자세히 알리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