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한쪽을 따라 화끈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 뒤 붉은 발진과 물집이 생기는 대상포진. 흔히 심한 피부 통증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걱정하지만 최근에는 대상포진과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에도 학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26일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미국의 60세 이상 성인 7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기존 생백신을 접종한 사람과 현재 사용되는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심혈관질환 발생 양상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미국에서 대상포진 백신이 기존 백신에서 재조합 백신으로 빠르게 교체된 시기를 활용해 두 집단을 약 7년간 추적했다.
분석 결과 재조합 백신을 접종한 그룹에서는 허혈성 심장질환, 심부전, 허혈성 뇌졸중을 합친 심혈관질환 부담이 기존 백신 접종군보다 약 9% 낮게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허혈성 심장질환 부담이 약 10%, 심부전은 약 12%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으며 남성에서는 허혈성 뇌졸중 부담도 약 12% 낮았다. 심방세동 역시 약 7% 낮은 연관성이 확인됐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피부 발진이 나타나기 며칠 전부터 특정 부위에 따끔거리거나 타는 듯한 통증, 가려움, 감각 이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으며 이후 몸통이나 얼굴 한쪽을 따라 띠 모양의 물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대상포진 위험과 합병증 위험이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가장 잘 알려진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피부 병변이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으며 대상포진 환자의 약 10~18%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얼굴이나 눈 주변에 발생하면 시력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드물게 청력 이상이나 뇌염, 폐렴 같은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이러스 재활성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염증 반응이 혈관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50세 이상 성인 1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전체 심혈관질환과 심부전, 뇌혈관질환, 허혈성 심장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낮게 관찰된 바 있다. 다만 이 역시 관찰 연구라는 점에서 백신이 심혈관질환을 직접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Nature Medicine 연구 역시 같은 한계를 갖는다. 연구진은 재조합 백신과 심혈관질환 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지만 무작위 임상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 자체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예방했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 향후 임상시험과 기전 연구를 통해 실제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대상포진이 의심될 때는 치료 시기도 중요하다. 항바이러스 치료는 일반적으로 증상이나 발진이 시작된 초기 단계에서 시행할수록 효과적이며 CDC는 초기 72시간 내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안내한다. 특히 눈 주변에 발진이 생기거나 통증이 매우 심한 경우,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에게 광범위한 발진이 나타난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통한 빠른 평가가 필요하다.
대상포진을 단순히 피부에 물집이 생기는 질환으로만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신경통과 감각 이상뿐 아니라 전신 염증과 심혈관 건강까지 연구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중장년층에서는 평소 예방접종 여부와 기저질환, 면역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