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건강을 위해 매일 걷는 사람이 많지만, 앞으로는 걷는 시간뿐 아니라 한쪽 다리로 서는 능력과 의자에서 일어나는 힘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균형과 민첩성, 하체 근력, 심폐 체력이 좋은 고령자일수록 장기간 추적 과정에서 전체 사망 위험이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지난 8월 10일 발표된 연구에서 대만 연구진은 65세 이상 지역사회 거주자 1만3423명의 체력 측정 자료와 건강보험 기록을 연결해 분석했다.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약 73세였으며, 연구진은 중앙값 약 7년 동안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이 기간 전체 참여자의 12.2%인 1631명이 사망했다.
연구에서는 단순히 운동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를 묻는 데 그치지 않았다. 2분 제자리 걷기, 30초 동안 의자에서 반복해 일어나기, 한쪽 다리로 서기, 약 2.4m 거리를 이동했다 돌아와 다시 앉는 동작 등 실제 신체 기능을 직접 측정했다. 이를 통해 심폐 체력과 상·하체 근력, 유연성, 균형 및 민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결과는 특히 균형과 하체 기능에서 두드러졌다. 이동 후 다시 앉는 민첩성 검사에서 가장 높은 수행 능력을 보인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낮게 나타났으며, 한쪽 다리 서기와 의자에서 일어나기, 2분 제자리 걷기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여러 체력 지표를 종합한 점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 역시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이번 연구가 주목되는 이유는 노년기 운동을 단순한 유산소 운동만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나이가 들수록 하체 근력과 균형 능력이 떨어지면 평소 걷는 데 큰 불편이 없더라도 계단이나 욕실, 횡단보도처럼 순간적인 중심 이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낙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연구진도 균형과 민첩성, 하체 근력이 낙상과 골절을 줄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신체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에서는 특별한 운동기구가 없어도 하체와 균형 능력을 관리할 수 있다. 의자에서 천천히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나 벽 또는 안전한 지지물을 잡은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운동, 일정한 속도로 걷는 유산소 운동을 함께 구성하는 방식이다. 다만 평소 어지럼증이 있거나 낙상 경험이 있는 사람, 관절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무리한 한발 서기나 반복적인 하체 운동을 혼자 시작하기보다 자신의 기능 수준에 맞춰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도 65세 이상 성인에게 중강도 유산소 활동과 함께 주요 근육을 사용하는 근력 운동을 주 2일 이상 권고하고 있으며, 기능 유지와 낙상 예방을 위해 균형과 근력을 포함한 복합적인 신체활동을 주 3일 이상 시행하도록 제안한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지면 사망 위험이 직접적으로 감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흡연 여부가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고 비교적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고령자가 연구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어 결과를 모든 노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 역시 이러한 점을 주요 제한점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노년기 건강관리에서 운동량만큼 실제 신체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매일 몇 보를 걷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의자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지, 방향을 바꿀 때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지, 일정 시간 걷고 난 뒤 지나치게 숨이 차지 않는지 살펴보는 것이 건강한 노화를 위한 현실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