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가축과 사람에게 발열성 질환을 일으켜온 리프트밸리열이 국내에는 낯설지만 최근 해외 학계에서 다시 조명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매개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지역이 넓어지면서 발생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아직 국내 발생 사례는 없지만 해외유입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다.
리프트밸리열은 리프트밸리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주로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의 소, 양, 염소 등 가축 사이에서 유행하며 감염된 모기에 물리거나 병든 동물의 혈액, 체액에 노출될 때 사람에게 옮을 수 있다. 감염된 가축을 도축하거나 취급하는 과정에서 감염되는 사례도 보고돼 있다.
사람이 감염되면 대부분 발열, 근육통, 두통 등 가벼운 증상을 겪고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출혈 경향을 동반한 중증 질환이나 뇌염, 망막 손상으로 인한 시력 저하 등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질환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는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매개체 매개 감염병의 발생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감시가 필요한 질환 목록에 리프트밸리열을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해외 발생 동향을 주시하며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개모기 감시를 위한 채집 장치 설치 모습 [그림=메디닉스DB]
국제 연구진은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로 매개 모기의 서식 가능 지역이 기존 열대, 아열대에서 온대 지역으로까지 넓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강수량 증가로 모기 번식에 유리한 물웅덩이가 늘어나는 지역에서 가축 감염이 확산되면 사람 감염 위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리프트밸리열 발생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 질병관리청은 이 질환을 해외유입 감염병으로 분류해 해외 발생국을 다녀온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과 감시를 이어가고 있으며 해외 연구 동향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제나 예방백신은 사람을 대상으로 상용화된 것이 아직 없는 상태다. 동물용 백신은 일부 국가에서 가축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활용되고 있으나 사람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은 국제 연구진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로 알려져 있다.

사람용 백신은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어 [그림=메디닉스DB]
리프트밸리열 발생이 보고된 국가로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 옷을 입고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현지에서 가축을 직접 만지거나 도축, 조리 과정에 참여하는 일은 피하고 익히지 않은 육류 섭취도 삼가는 것이 안전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특정 질환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모기 매개 감염병 전반의 국내외 위험을 함께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한 지역의 감시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만큼 국가 간 정보 공유와 국제 협력 감시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 국민이 지금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해외여행 전 질병관리청 누리집에서 방문국의 감염병 발생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귀국 후 발열이나 근육통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방문 국가와 활동 이력을 의료진에게 알리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