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나 만성질환으로 치료를 앞둔 환자라면 이 약이 자신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부작용은 어느 정도일지 미리 알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의료 연구계에서는 환자 개인의 유전정보와 영상, 진료 기록을 컴퓨터 안에 가상의 인체 모델로 만들어 치료 반응을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트윈 정밀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원래 항공기나 공장 설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기 위해 산업 분야에서 먼저 쓰이던 개념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이를 응용해 한 사람의 장기 구조와 세포 특성, 질병 진행 양상을 반영한 가상 신체 모델을 구축하고, 실제 치료를 하기 전에 여러 시나리오를 컴퓨터 안에서 먼저 실험해 보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환자의 혈액 검사 결과와 영상 자료, 유전체 정보 등을 통합해 개인별 가상 모델을 만든 뒤 특정 약물을 투여했을 때 종양이 줄어드는 속도나 심장, 신장 등 다른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계산해 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치료 반응의 차이를 사전에 파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학회를 비롯한 여러 의학 관련 학회는 이 같은 디지털트윈 기반 정밀의료 연구가 기존의 획일적인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항암치료처럼 부작용이 크고 치료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연구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 인체 모델로 치료 반응을 분석하는 연구 장면 [그림=메디닉스DB]
디지털트윈 정밀의료 연구가 가능해진 배경에는 인공지능과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 한 명의 방대한 유전체 정보와 영상 자료를 통합해 분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이를 빠르게 처리해 가상 모델을 구축하고 다양한 치료 시나리오를 짧은 시간 안에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항암치료를 앞둔 환자의 경우 여러 종류의 약물 조합 가운데 어떤 조합이 종양 억제 효과는 높이면서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지를 실제 투여 전에 가상 모델을 통해 비교해 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접근은 환자가 여러 약물을 시행착오처럼 시도하며 겪는 신체적 부담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같은 만성질환 관리에서도 디지털트윈 개념이 연구되고 있다. 혈당 변화나 혈압 추이 등 환자의 생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반영한 가상 모델을 통해 생활습관 변화나 약물 조절이 장기적으로 질병 경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 보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디지털트윈 정밀의료는 아직 실험실과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상 모델이 실제 환자의 몸 상태를 완벽히 반영하기는 어렵고, 방대한 개인 의료정보를 다뤄야 하는 만큼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밀의료 연구 결과를 환자와 상담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병원은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하기 위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정밀의료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관련 기술 개발과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디지털트윈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 기술을 당장 진료 현장에서 접하기보다는 임상시험이나 연구 참여 형태로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므로, 관련 정보를 접했을 때 과도한 기대보다는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치료를 앞둔 환자나 보호자는 새로운 정밀의료 연구 소식을 접하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해 치료를 미루거나 임의로 방법을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진료 중인 병원이나 관련 학회를 통해 임상시험 참여 여부와 안전성을 확인한 뒤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