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 고양이는 평소 잘 먹고 움직인다는 이유만으로 건강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호자가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생각했던 체중 변화나 활동량 감소 뒤에 갑상선질환, 만성콩팥병, 고혈압과 같은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어 일정 연령 이후에는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영국 왕립수의과대학 연구진이 2026년 8월 Journal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8세 이상 고양이 549마리의 건강검진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 고양이의 중간 연령은 13.5세였다. 신체검사와 혈액검사, 혈압 측정, 필요한 경우 소변검사 등이 시행됐다.
분석 결과 전체 고양이의 42%인 231마리에서 추가 검사나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또는 주요 이상 소견이 한 가지 이상 확인됐다. 특히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검사가 시행된 고양이의 19.2%에서 발견돼 가장 흔한 질환이었다. 질소혈증을 동반한 만성콩팥병은 11.4%, 고혈압은 7.1%에서 진단됐다. 일부 고양이에서는 여러 질환이 동시에 확인되기도 했다.
고양이의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체중 감소와 식욕 증가, 잦은 울음, 과도한 활동성 등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초기에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 체형이나 행동이 달라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만성콩팥병 역시 물을 많이 마시거나 소변량이 늘어나는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보호자가 이상을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구강 건강 문제도 적지 않았다. 검진 결과 치석이 확인된 고양이는 87.9%, 치은염은 82.3%였으며 심한 치과질환은 6.1%에서 발견됐다. 소변검사를 받은 고양이 가운데 9.7%에서는 세균뇨가 확인됐다. 이 밖에도 당뇨병과 종양 의심 사례, 위장관질환 등이 발견됐다.
주목할 점은 비교적 최근 검진에서 별다른 질환이 없었던 고양이에서도 이후 새로운 질환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전 24개월 이내 검진에서 건강한 것으로 평가됐던 일부 고양이에게서도 만성콩팥병이나 고혈압,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이 새롭게 진단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 번의 정상 검사만으로 노령묘의 장기적인 건강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보호자가 집에서 살펴야 할 변화도 있다. 최근 체중이 줄거나 물을 마시는 양이 늘고, 소변량이 많아졌거나 구토가 잦아진 경우, 식욕이 지나치게 증가하거나 반대로 감소한 경우에는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점프를 꺼리거나 잠자는 시간이 크게 늘고 털 관리가 줄어드는 변화 역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두 곳의 동물병원에서 검진받은 고양이를 분석한 관찰연구이므로 모든 반려묘에게 같은 질환 발생률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겉으로 뚜렷한 증상이 없는 노령묘에서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양이가 아픈 티를 보일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연령과 기존 질환, 생활환경에 맞춰 수의사와 검진 주기를 정하는 것이 건강한 노후를 관리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