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는 무더운 여름 아침, 전날 저녁에 만든 계란말이와 김밥을 도시락통에 담아 출근했다. 사무실 냉장고가 마땅치 않아 가방 안에 대여섯 시간 넣어둔 도시락을 점심때 먹은 그는 두어 시간 뒤 갑작스러운 복통과 구토, 메스꺼움에 시달렸다. 병원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으로 진단했다. 이 균은 여름철 도시락 반찬에서 특히 자주 검출되는 식중독균 중 하나로 꼽힌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사람의 피부, 코 점막, 상처 부위 등에 흔히 존재하는 세균이다. 조리하는 사람의 손에 작은 상처나 습진이 있거나 맨손으로 재료를 만지는 과정에서 음식에 옮겨붙는 경우가 많다. 계란말이나 김밥처럼 재료를 손으로 직접 말고 다듬는 음식일수록 오염 기회가 늘어난다.
문제는 이 균이 실온에 방치된 음식 속에서 매우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는 균이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균이 증식하면서 만들어내는 장독소는 열에 강해 다시 데워 먹어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식중독균과 다른 특징이다.
황색포도상구균 식중독은 잠복기가 짧은 편이다. 오염된 음식을 먹은 뒤 한두 시간에서 여섯 시간 안에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세균성 식중독 가운데서도 발현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해, 식사 직후 컨디션 변화를 유심히 살펴야 원인을 짐작하기 쉽다.

식중독균은 손을 통해 옮겨진다 [그림=메디닉스DB]
계란말이는 단백질과 수분이 풍부하고, 조리 후 여러 번 손으로 눌러 모양을 잡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균이 자리 잡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김밥 속 햄, 맛살, 단무지와 밥 역시 마찬가지다. 채소보다 이런 반찬류에서 식중독 사고가 더 잦게 보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름철 도시락은 조리 시점보다 보관 환경이 더 큰 변수가 된다. 아침에 싼 도시락이 통풍이 안 되는 가방이나 뜨거운 자동차 안에 몇 시간씩 놓이면 내부 온도가 실외보다 훨씬 높게 올라간다. 이런 환경에서는 냉장 보관 기준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시간조차 무의미해질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리한 음식을 실온에 두는 시간을 두 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온이 30도를 넘는 한여름에는 이 기준을 한 시간 이내로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시간을 넘긴 도시락은 아깝더라도 과감히 버리는 편이 낫다.

보냉가방과 아이스팩으로 온도 관리해야 [그림=메디닉스DB]
황색포도상구균이 만든 독소는 음식의 맛이나 냄새, 색깔을 눈에 띄게 바꾸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할 부분이다. 겉보기에 멀쩡하고 냄새도 이상하지 않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보관 시간이 애매하다면 먹기 전 맛을 보고 판단하기보다 시간을 기준으로 폐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도시락을 준비할 때는 조리 전 손을 비누로 꼼꼼히 씻고, 손에 상처나 화농이 있다면 밴드로 가리거나 조리용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계란말이나 밥은 완전히 식힌 뒤에 담아야 통 안에서 열기가 남아 균 증식을 돕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이동 중에는 아이스팩을 넣은 보냉 가방을 사용해 내부 온도를 최대한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가능하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점심시간에 꺼내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여름철 도시락 식중독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도 하루이틀 안에 호전되지만, 구토와 설사가 심해 물조차 넘기기 힘들거나 어린이나 고령자에게서 탈수 증상이 보이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증상이 사흘 이상 지속되거나 고열, 혈변이 동반될 때도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