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에서 벌초나 성묘를 하다 온몸이 가려운 느낌과 함께 며칠 뒤 갑작스러운 고열에 시달렸다면 쯔쯔가무시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질환은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해마다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은 다가오는 유행 시기에 대비해 전국적인 감시 체계를 새롭게 가동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26일 쯔쯔가무시증의 가을철 유행에 대비해 이날부터 오는 12월 16일까지 전국 18개 지점에서 털진드기 발생 감시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매개체인 털진드기의 밀도와 분포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유행 조짐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 시기를 조율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쯔쯔가무시증은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라는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균을 지닌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의 피부에 붙어 흡혈하는 과정에서 균이 체내로 침투하며 감염이 이뤄진다. 사람 간에는 전파되지 않고 오직 진드기에 물린 경우에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벌초와 성묘, 농작업, 등산 등 풀밭과 접촉하는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9월부터 11월 사이에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이 시기 감염 위험이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벌초 성묘철 야외활동 늘며 감염 위험 높아져 [그림=메디닉스DB]
감염되면 보통 1주에서 2주가량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물린 부위에는 검은 딱지 형태의 가피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이는 쯔쯔가무시증을 다른 발열성 질환과 구별하는 중요한 단서로 여겨진다. 몸통이나 팔다리에 발진이 동반되기도 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폐렴이나 뇌수막염, 다발성 장기부전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항생제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으면 대부분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증상을 방치할 경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풀밭이나 수풀에 눕거나 앉는 행동을 피하고 긴소매 옷과 긴 바지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작업복과 일상복은 구분해 입고 진드기 기피제를 노출 부위에 뿌리는 것도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노출 부위에 기피제 뿌리면 감염 위험 줄일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야외활동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샤워를 해 몸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진드기를 씻어내고 입었던 옷은 바로 세탁하는 것이 안전하다.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처럼 진드기가 잘 붙는 부위를 중심으로 몸을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도 필요하다.
특히 농업에 종사하거나 벌초, 성묘, 등산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노출 빈도가 높은 만큼 더욱 세심한 예방수칙 준수가 요구된다. 야외활동이 잦은 가족이나 지인에게도 유행 시기가 다가왔다는 점을 미리 알려두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 뒤 1~2주 사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과 함께 피부에 가피나 발진이 관찰되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풀밭 접촉 이력을 의료진에게 알리면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