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할라피뇨 고추와 연관된 살모넬라 집단발생이 이어지면서 생채소와 즉석조리식품의 교차오염 관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가 8월 13일 갱신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8월 4일 기준 같은 계통의 살모넬라 자비아나에 감염된 환자는 27개 주에서 345명 확인됐다. 입원 여부가 확인된 291명 가운데 36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역학조사와 식품 유통경로 추적에서는 멕시코 시날로아 지역에서 생산돼 미국 유통업체를 통해 공급된 할라피뇨가 공통 연결고리로 확인됐다. 문제는 오염된 고추가 통째로만 판매된 것이 아니라 살사와 과카몰리, 샌드위치, 샐러드, 부리토, 즉석조리식품 등 다양한 음식에 사용됐다는 점이다. CDC는 8월 14일 관련 회수 제품과 유통정보를 추가로 갱신했다.
살모넬라 감염은 오염된 음식을 먹은 뒤 보통 6시간에서 6일 사이에 설사와 발열,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사람은 4일에서 7일 안에 회복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탈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상대적으로 중증 위험이 높다.
CDC는 38.9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한 설사, 3일 이상 좋아지지 않는 설사, 혈변,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할 정도의 구토, 소변량 감소나 일어설 때 심한 어지럼 같은 탈수 징후가 나타날 경우 의료진에게 연락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여름철 흔한 장염처럼 보여도 증상의 강도와 지속기간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번 미국 집단발생이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할라피뇨나 고추의 위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회수 조치는 미국 내 특정 공급망과 관련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해외 식품안전 사고를 접할 때는 특정 식재료 이름만 보고 불안해하기보다 생산지와 유통업체, 제품명, 회수 대상 기간이 실제 구입한 제품과 일치하는지를 구분해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번 사례는 생으로 먹는 채소와 즉석식품에 오염원이 들어가면 여러 메뉴와 조리공간으로 영향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염된 식재료를 만진 칼과 도마, 용기, 냉장고 선반 등이 다른 식품과 접촉하면 교차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CDC도 회수 대상 식품과 접촉한 물품이나 표면을 뜨거운 비눗물 또는 식기세척기로 세척하도록 안내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식사 이력이 확인된 191명 중 177명은 증상이 생기기 전 멕시코식 식당에서 식사했다고 답했다. 여러 지역에서는 공통 식당을 중심으로 감염 군집이 확인됐고, 유전체 분석에서도 환자 검체의 세균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공급망 추적을 통해 공통 할라피뇨 생산자가 확인되면서 원인 식품이 좁혀졌다.
공식 회수 대상으로 확인된 식품은 씻은 뒤 먹기보다 폐기하거나 판매처 안내에 따라 반품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름철 설사와 복통을 찬 음식이나 더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발열이 함께 나타나거나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최근 먹은 음식과 외식 장소를 진료 과정에서 알리는 것이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