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전 가스 불을 껐는지 몇 번씩 확인하고, 손을 씻은 뒤에도 세균이 남아 있을 것 같아 다시 씻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행동은 불안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반복할수록 오히려 불안이 커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고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강박장애는 원치 않는 생각이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강박사고와, 그로 인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행동이 함께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오염에 대한 두려움, 실수에 대한 불안, 대칭에 대한 집착 등 강박사고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문제는 손을 씻거나 문단속을 확인하는 행동이 불안을 일시적으로 낮춰줄 뿐, 근본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반복행동을 할수록 뇌는 그 행동이 불안을 없애는 데 필요하다고 학습하게 되고, 다음번에는 더 강한 확인과 반복을 요구하게 되면서 증상이 점차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대표적인 강박행동으로는 손 씻기, 문이나 가스밸브 확인하기, 물건을 정해진 순서와 위치에 맞춰 정리하기, 숫자를 세거나 특정 단어를 속으로 되뇌기 등이 있다. 일부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없이 머릿속으로만 반복 확인하는 경우도 있어 주변에서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반복 확인 행동은 불안을 줄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림=메디닉스DB]
깔끔한 성격이나 꼼꼼한 습관과 강박장애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강박행동에 하루 한 시간 이상을 쓰거나,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극심한 불안을 느끼거나, 학업과 직장생활 등 일상에 뚜렷한 지장이 생긴다면 단순한 습관을 넘어선 것으로 본다. 본인도 행동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에 따르면 뇌의 특정 신경회로 이상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큰 스트레스나 생활사건이 증상을 촉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강박장애는 우울증이나 다른 불안장애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복되는 강박행동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대인관계나 사회활동을 회피하게 되면서 우울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증상을 방치할수록 치료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강박장애가 의심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의료진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의 내용, 지속 시간,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진단한다. 스스로 증상을 숨기거나 부끄럽게 여겨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경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에 전문가 상담을 받으면 치료 경과가 좋아질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강박장애 치료에는 노출 및 반응방지 기법을 활용한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시키면서 강박행동을 하지 않고 견디는 연습을 반복해 불안이 저절로 가라앉는 경험을 하게 하는 방식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확인을 대신해주거나 강박행동에 맞춰주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지속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신 환자가 치료 과정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조급하게 증상을 없애려 하기보다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해하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
반복 확인이나 씻기 등의 행동이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거나, 그 행동을 멈췄을 때 참기 힘든 불안이 밀려온다면 방치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불안 조절에 도움이 되며, 치료는 이르게 시작할수록 일상 회복에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