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시원한 물 한 잔에 얼음을 채워 마시는 일이 잦아지면서 정수기에 달린 자동 제빙 기능을 이용하는 가정과 사무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얼음이 만들어지는 내부 공간은 평소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위생 상태를 놓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수기 제빙기는 물을 얼리고 얼음을 떨어뜨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기계 장치다. 이 과정에서 물이 완전히 마르지 않고 미세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 생기는데, 습기와 저온이 공존하는 환경은 세균과 곰팡이가 자라기에 오히려 적합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얼음이 얼어 있으니 위생적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실제로는 관리가 소홀해지기 쉬운 지점이다.
특히 얼음 저장통 내벽이나 얼음이 이동하는 관로에는 물때가 서서히 쌓인다. 물때는 단순한 미네랄 침착물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이 붙어 자라는 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청소 주기를 넘겨 방치하면 얼음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막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빙기 내부는 대체로 밀폐된 구조여서 곰팡이가 생겨도 냄새나 색 변화로 바로 알아채기 어렵다. 얼음에서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거나 얼음이 뿌옇게 뭉쳐 나온다면 내부 세척이 필요한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계속 사용하면 위생 문제가 누적될 수 있다.

제빙기 내부는 세척 주기를 넘기면 위생 문제 우려 [그림=메디닉스DB]
제조사들은 대체로 제빙기 내부 세척 주기를 권장 사항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사용 환경에 따라 주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미생물 번식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평소보다 자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사무실이나 다중이용시설의 정수기는 개인용보다 더 짧은 간격으로 관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제빙기와 함께 정수기 필터도 위생 관리의 중요한 축이다. 필터는 물속 불순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지만 오래 사용하면 필터 자체에 이물질이 쌓여 오히려 세균 증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필터 교체 주기를 지키지 않으면 여과 성능이 떨어지는 동시에 얼음과 물의 위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관리법으로는 얼음 저장통을 주기적으로 비우고 물로 헹구는 방법이 있다. 제조사가 권장하는 세척액이나 구연산 희석액을 이용해 내부를 닦아내는 방식도 흔히 활용된다. 다만 세척 후에는 세제나 세척액 성분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헹구고 완전히 건조한 뒤 다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솔과 세척액으로 얼음 저장통 내부 닦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얼음 통에 남은 물기를 방치한 채 오래 사용하지 않는 습관도 위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정수기라면 얼음을 오래 보관하지 말고, 사용 전 미리 몇 차례 얼음을 만들어 버린 뒤 새로 나온 얼음부터 섭취하는 방법이 권장된다. 특히 장기간 자리를 비웠다가 복귀했을 때는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정수기나 제빙기 등 물을 다루는 가전제품의 위생 관리를 소비자 스스로 점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제품 설명서에 명시된 세척 주기와 방법을 따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방 조치이며, 임의로 세척 주기를 늘리거나 세척 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정수기 얼음의 위생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내부 세척과 필터 교체 일정을 달력이나 알림으로 미리 챙겨두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얼음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거나 색이 변한 경우, 혹은 얼음이 뭉치거나 잘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즉시 사용을 멈추고 내부를 점검해야 한다.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잦은 배탈이 이어진다면 물이나 얼음의 위생 상태를 의심해보고 필요하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