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계단을 오르거나 빠르게 걷다가 가슴 한가운데가 조이듯 답답해지는 경험을 했다면 단순한 체력 저하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이런 증상은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나타나는 협심증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며, 무더위로 심장 부담이 커지는 여름철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협심증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보내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 등으로 좁아지면서 운동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장이 필요로 하는 만큼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슴 중앙이나 왼쪽 부위가 짓누르거나 조이는 듯한 통증이 대표적이며 통증이 팔이나 목, 턱까지 퍼지는 경우도 있다.
여름철에는 기온 상승으로 땀 배출이 늘면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기 쉽고, 이로 인해 혈액이 끈끈해지면서 혈류가 원활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여기에 더위 자체가 심장 박동수와 혈압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관상동맥이 이미 좁아져 있는 사람은 평소보다 적은 활동량으로도 가슴 통증을 느낄 가능성이 커진다.
실내외 온도차가 큰 환경도 협심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냉방이 강한 실내에 있다가 무더운 야외로 나가거나 반대의 상황을 반복하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과 이완을 오가면서 심장에 순간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열대야로 잠을 설친 뒤 이른 아침 무리하게 운동에 나서는 경우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실내외 온도차가 크면 혈관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협심증의 통증은 대개 몇 분 이내에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며,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몸을 움직일 때 나타났다가 휴식을 취하면 가라앉는 양상을 보인다. 다만 통증이 안정 상태에서도 발생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빈도와 강도가 심해진다면 불안정형 협심증일 가능성이 있어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불안정형 협심증은 심근경색으로 진행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로 알려져 있다. 가슴 통증이 안정 시에도 발생하거나, 평소 복용하던 약물로도 잘 조절되지 않거나, 통증 지속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졌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앓고 있거나 흡연을 하는 경우, 가족 중 심장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협심증 발생 위험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름철 야외활동이나 운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추고 몸 상태를 자주 살피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슴 통증이 소화불량이나 근육통과 비슷하게 느껴져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고령층이나 당뇨병 환자는 통증을 뚜렷하게 느끼지 못하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숨이 차는 정도로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으므로 평소와 다른 신체 변화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가슴 불편감이 반복되면 심장 검사를 받는 것이 좋아 [그림=메디닉스DB]
협심증이 의심될 때는 심전도 검사, 운동부하 검사, 심장초음파, 관상동맥 CT 등을 통해 관상동맥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대한심장학회 등 관련 학회는 가슴 통증이 반복된다면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가슴 통증이 15분 이상 지속되거나 식은땀, 호흡곤란,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난다면 협심증을 넘어 심근경색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심장 근육 손상이 커질 수 있어 증상 발생 즉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갈증을 느끼기 전에 수시로 물을 마셔 체내 수분을 유지하고, 한낮 야외활동이나 격렬한 운동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원한 시간대로 옮기는 것이 좋다. 실내외 온도차를 5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걷다가 가슴이 조이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심장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