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급성 합병증으로 응급실을 찾을 가능성을 평소 진료에서 확인하는 정보만으로 미리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혈당만 확인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혈압과 콩팥 기능, 복용 약물 등 여러 정보를 함께 분석해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찾아낼 가능성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5개 의료기관의 제2형 당뇨병 환자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한 머신러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LOS ONE 2026년 7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진료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 22만720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 가운데 4만9770명, 전체의 22.6%는 당뇨병 진단 전후 1년 이내 최소 한 차례 이상 응급실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은 대부분 외래에서 관리되지만 심한 저혈당이나 고혈당, 당뇨병성 케톤산증과 같은 급성 합병증이 발생하면 응급실 진료와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혈압과 혈당검사 결과, 콩팥 기능, 약물 처방 이력 등 병원 진료 과정에서 확보되는 55개 임상정보를 활용해 여러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을 비교했다. 가장 높은 성능을 보인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87%로 기존 통계모델의 73%보다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응급실 방문을 예측하는 주요 정보가 혈당에만 집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요도가 높은 변수는 이완기 혈압, 혈청 크레아티닌, 수축기 혈압 순으로 나타났다. 혈청 크레아티닌은 콩팥 기능을 평가할 때 활용되는 혈액검사 지표다. 응급실 방문 환자는 비방문 환자보다 평균 연령이 높았고 혈당 조절과 콩팥 기능도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특징을 보였다.
이번 결과는 당뇨병 환자가 혈당 수치 하나만 관리해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혈압과 콩팥 기능, 동반질환, 약물 사용 등 평소 진료에서 확인하는 정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위험도 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AI가 의료진의 판단을 대신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미 의료기관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환자를 선별하고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사람을 일찍 확인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국립보건연구원도 향후 1차 의료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예측모델 보급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뇨병을 관리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AI 기술 자체보다 평소 확인해야 할 지표가 더 중요하다. 혈당이 안정적이더라도 혈압이나 콩팥 기능 변화가 없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약 복용이나 생활습관 관리 과정에서 달라진 건강 상태를 의료진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응급상황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방식에서 위험을 미리 찾아 관리하는 방향으로 당뇨병 진료가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