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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 돌리기 힘들어진 부모님, 손아귀 힘은 노쇠 신호일 수 있다

80세 이상 4명 중 1명 근감소증, 악력 저하 땐 근육량뿐 아니라 걷기·낙상 위험 함께 살펴야

메디닉스 정다빈기자|입력 |조회 0
병뚜껑 돌리기 힘들어진 부모님, 손아귀 힘은 노쇠 신호일 수 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챗gpt ]

병뚜껑을 열기 어려워하거나 장바구니를 예전처럼 오래 들지 못하고, 의자에서 일어날 때 손으로 바닥이나 팔걸이를 짚기 시작했다면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고 넘길 일이 아닐 수 있다. 손아귀 힘을 뜻하는 악력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전신 근력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최근 질병관리청도 고령자의 근감소증과 노쇠 위험을 살피는 중요한 단서로 주목했다.

질병관리청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에서 근감소증 유병률은 9.4%였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크게 증가했다. 65∼69세는 4.4%, 70∼74세 7.5%, 75∼79세 9.4%였지만 80세 이상에서는 26.9%까지 높아졌다. 초고령층에서는 대략 4명 가운데 1명꼴로 근감소증이 확인된 셈이다.

악력 변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65세 이상에서 악력 저하율은 17.5%였으며 남성 16.0%, 여성 18.7%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에서는 악력이 저하된 노인의 85%가 근감소증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특히 65∼74세에서는 악력이 약한 노인의 우울장애 유병률이 14.3%로 악력이 정상인 집단보다 7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런 결과는 악력이 우울증을 직접 일으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근력 저하와 신체활동 감소 등 여러 노쇠 요인이 함께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해야 한다.

근감소증은 단순히 팔이나 다리가 가늘어지는 현상과는 다르다. 근육량 감소와 함께 근력이 떨어지거나 신체 기능이 저하됐을 때 진단한다. 악력은 남성 28kg 미만, 여성 18kg 미만이면 근력 저하 기준에 해당하며, 의자에서 5차례 일어나는 데 12초 이상 걸리거나 보행 속도가 초당 1m 미만인 경우도 신체기능 저하를 의심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정확한 진단에는 체성분 검사를 통한 근육량 평가가 함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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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는 숫자를 직접 측정하기보다 평소 행동이 달라졌는지를 먼저 살펴볼 수 있다. 병뚜껑이나 문손잡이를 돌리기 어려워지고,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하거나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계단에서 난간을 잡기 시작하거나 낮은 소파와 변기에서 일어날 때 여러 번 힘을 줘야 하고, 작은 턱에도 자주 걸린다면 근력과 균형 능력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복되는 낙상 역시 중요한 신호다.

예방과 관리의 핵심은 근육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근 손실 관리에서 주 2∼3회의 저항성 운동을 중심으로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과 균형운동, 스트레칭을 병행하도록 권고한다. 처음부터 무거운 기구를 들 필요는 없다. 개인의 체력에 따라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기, 벽을 이용한 운동, 탄력밴드 운동처럼 일상에서 지속할 수 있는 동작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영양도 함께 챙겨야 한다. 근감소증 위험이 높은 고령자는 식사량 자체가 줄면서 단백질 섭취도 부족해지기 쉽다. 생선과 달걀, 두부, 육류와 유제품 등 단백질 식품을 끼니마다 적절히 나눠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만성콩팥병 등으로 단백질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사람은 일반적인 고단백 식사를 그대로 적용하지 말고 의료진과 적정량을 상의해야 한다.

악력 한 번으로 근감소증을 확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모님이 예전보다 물건을 잡는 힘이 약해지고 걷기나 계단 오르기,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눈에 띄게 어려워졌다면 몸이 보내는 노쇠 신호일 수 있다. 체중 변화만 바라보기보다 손아귀 힘과 걷는 속도, 일상생활의 변화를 함께 살피고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에서 근력과 근육량을 확인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지키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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