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고양이 턱이나 아랫입술 주변에서 까맣고 오돌토돌한 알갱이를 발견하고 당황한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언뜻 사람의 여드름과 비슷해 보이지만 수의학적으로는 모낭이 막혀 피지와 각질이 쌓이면서 생기는 염증성 피부질환인 경우가 많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방치하면 증상이 번지거나 고름이 잡히는 등 악화될 수 있어 초기에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증상은 흔히 고양이 턱드름 또는 묘성 여드름이라 불리며, 턱 끝과 아랫입술, 입 주변 피부에 검은 알갱이 형태의 면포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검은 점 몇 개로 시작하지만 진행되면 피부가 붉게 부어오르거나 딱지가 앉기도 한다. 심한 경우 통증으로 밥을 잘 먹지 못하거나 얼굴을 자꾸 문지르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턱드름의 원인은 한 가지로 단정하기 어렵다.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알레르기 반응,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품종이나 개체에 따라 피지 분비량이 다르고, 특정 재질에 닿았을 때 접촉성 자극이 더해지면서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위생 관점에서 주목받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반려묘가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 식기다. 고양이는 사료나 물을 먹을 때 턱과 입 주변이 식기 표면에 반복적으로 닿는데, 이 부위가 오염된 식기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면 모낭이 자극받아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한 흠집 많은 플라스틱 식기가 세균 번식 온상 될 수도 [그림=메디닉스DB]
플라스틱은 스테인리스나 도자기와 달리 표면이 완전히 매끈하지 않고 미세한 스크래치가 쉽게 생기는 재질이다. 이 작은 흠집 사이로 세균과 유분이 파고들면 일반적인 세척만으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눈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표면 안쪽에 세균이 남아 있을 수 있어 반려동물의 피부에 지속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
특히 여러 마리를 함께 키우거나 식기를 자주 교체하지 않는 가정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누적되기 쉽다. 오래 사용한 플라스틱 식기일수록 표면 손상이 많아져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도 유의할 부분이다. 사료 찌꺼기나 물때가 남아 있는 상태로 방치되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관리 전문가들은 턱드름이 반복되는 경우 식기 재질을 스테인리스나 도자기처럼 표면이 매끄럽고 비다공성인 소재로 바꿔볼 것을 권장한다. 이런 재질은 세균이 스며들 틈이 상대적으로 적어 세척했을 때 위생 상태를 더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매일 세척과 비다공성 식기 교체가 예방의 첫걸음 [그림=메디닉스DB]
식기 재질을 바꾸는 것과 함께 세척 습관도 중요하다. 사료 그릇과 물그릇은 하루 한 번 이상 뜨거운 물과 세제로 씻어 기름기와 잔여물을 제거하고, 완전히 헹군 뒤 말려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식기 세척 솔을 별도로 마련해 다른 그릇과 구분해 사용하면 교차오염도 줄일 수 있다.
턱드름이 이미 생겼다면 손으로 짜거나 억지로 각질을 제거하려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오히려 상처를 통해 세균이 더 깊숙이 들어가 2차 감염으로 이어지거나 붓기와 탈모가 동반될 수 있다. 증상 부위를 만지기 전후로는 손을 씻는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벼운 검은 알갱이 수준이라면 식기 관리와 청결 유지만으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붉은 발진이나 고름, 출혈, 탈모 등이 동반된다면 자가 관리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균 감염이 진행된 상태라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고양이 턱드름은 단순한 미용상의 문제로 여기고 넘어가기 쉽지만, 반복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반려묘가 겪는 불편함이 적지 않다. 평소 식기 재질을 점검하고 매일 세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증상이 지속되면 지체하지 말고 수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