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흰쌀밥을 잡곡밥으로 바꾸고 샐러드와 콩, 견과류를 적극적으로 먹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배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해졌다는 사람이 있다. 식이섬유는 장 건강과 혈당·콜레스테롤 관리에 중요한 영양소지만 평소 섭취량이 적었던 사람이 갑자기 많은 양을 먹으면 소화기관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식이섬유는 사람의 소화효소로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장까지 이동하는 탄수화물 성분이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등에 풍부하며 변의 부피와 상태를 조절하고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역할을 한다.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는 건강한 식생활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식이섬유라고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물에 녹아 젤 형태를 만드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귀리와 콩, 일부 과일 등에 풍부하며 소화 속도와 혈당 상승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통곡물과 여러 채소에 포함돼 변의 부피를 늘리고 장운동을 돕는다. 어느 한 종류만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문제는 섭취량을 너무 빠르게 늘릴 때 발생한다. 평소 흰쌀과 육류 중심으로 식사하던 사람이 갑자기 매 끼니 많은 양의 샐러드와 잡곡, 콩을 먹으면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가스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복부팽만과 방귀,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식이섬유를 늘릴 때는 한꺼번에 식단 전체를 바꾸기보다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 처음에는 흰쌀에 잡곡을 일부 섞거나 한 끼에 채소 반찬을 한두 가지 추가하고, 이후 몸의 반응을 보면서 콩류와 통곡물의 비중을 조금씩 높이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수분 섭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식이섬유는 장에서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섬유질만 많이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오히려 변이 단단해지고 배변이 어려워질 수 있다. 갈증과 활동량에 맞춰 물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갑자기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마실 필요는 없다.
과일은 주스보다 원형 그대로 먹는 편이 좋다. 과일을 갈아 즙만 마시면 제품과 제조 방식에 따라 식이섬유 섭취량이 줄어들 수 있고 빠르게 많은 양을 마시기 쉽다. 가능하면 씹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섭취하고 당류 섭취량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견과류와 씨앗류 역시 식이섬유와 불포화지방 등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지만 열량이 높은 편이다.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큰 봉지를 계속 집어 먹기보다 한 번 먹을 양을 미리 덜어두는 것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소금이나 당류가 많이 첨가된 제품보다 가공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변비가 있다고 식이섬유만 계속 늘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심한 복통과 구토가 있거나 배가 크게 팽창하면서 가스와 대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단순 변비가 아닌 장폐색과 같은 질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혈변과 원인 모를 체중 감소, 지속적인 배변 습관 변화가 있을 때도 진료가 필요하다.
과민성장증후군처럼 특정 탄수화물에 민감한 사람은 일부 콩과 채소를 많이 먹었을 때 오히려 복부팽만이 심해질 수 있다. 무조건 건강식품을 많이 먹기보다 어떤 음식에서 증상이 반복되는지 기록하고 필요하면 의료진이나 영양 전문가와 식단을 조정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식이섬유 섭취의 핵심은 하루아침에 식단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다양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과 견과류를 자신의 소화 상태에 맞춰 조금씩 늘리고 충분한 수분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식단 변화가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건강한 식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