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마트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열어보니 표면이 울퉁불퉁 얼음 결정으로 덮여 있거나 물러진 듯한 질감을 느낀 경험이 적지 않다. 이는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한 차례 녹았다 다시 얼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겉모습만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여도 내부에서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 늘어났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스크림은 영하의 온도에서는 세균 활동이 거의 멈춰 있지만, 온도가 올라가 일부라도 녹는 순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냉동 상태에서 살아남아 있던 세균이 활동을 재개하고 짧은 시간 안에도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으며, 이후 다시 얼린다고 해서 이미 늘어난 세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유제품을 원료로 하는 식품은 당분과 지방, 단백질이 풍부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스크림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온도 관리가 흐트러지면 살모넬라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이 늘어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런 온도 이탈이 소비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냉동 차량의 온도가 잠시 오르거나, 물류창고에서 하역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매장 진열대에 오래 방치되는 등 여러 단계에서 방심이 겹치면 제품이 미세하게 녹았다 얼기를 반복할 수 있다. 특히 정전이나 냉동설비 고장 같은 돌발 상황도 방심하기 쉬운 지점으로 꼽힌다.
특히 여름철에는 배송 차량 문을 여닫는 짧은 순간에도 실내 기온이 냉동고 안으로 유입돼 온도가 흔들리기 쉽다. 매장에서도 냉동고 문을 자주 여닫거나 제품을 과도하게 채워 넣으면 냉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진열대 안쪽과 바깥쪽의 온도 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미세한 온도 차이가 반복되면 표면에서부터 조직이 서서히 무너질 수 있다.

여름철 하역 과정서 온도 변화 주의 [그림=메디닉스DB]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재냉동 신호로는 포장 용기 안쪽에 서리나 얼음 알갱이가 두껍게 낀 경우, 아이스크림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거칠거나 서벗처럼 푸석해진 경우 등이 꼽힌다. 이런 변화는 한 번 녹았다 다시 언 흔적일 가능성이 있어 구매 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품을 살짝 흔들었을 때 안쪽 내용물이 출렁이는 느낌이 든다면 이미 녹았다가 다시 굳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다만 맛이나 냄새만으로는 세균 증식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 중 상당수는 뚜렷한 맛의 변화나 이상한 냄새를 남기지 않고도 늘어날 수 있어, 먹어 봤을 때 이상이 없더라도 안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신선해 보이는 아이스크림이라도 유통 경로를 알 수 없다면 안심하기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냉동식품을 구매할 때 포장이 찌그러지거나 눌린 흔적이 없는지,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아 있는지를 살피고 매장 진열대의 온도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진열대 온도가 권장 기준보다 높게 표시돼 있다면 그 안에 있는 제품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가능하면 매장 냉동고의 가장 아래쪽보다는 안정적으로 냉기가 유지되는 위치에 진열된 제품을 고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구매 전 냉동고 온도 확인 필요 [그림=메디닉스DB]
가정에서도 구매한 아이스크림은 최대한 빨리 냉동실에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을 볼 때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냉동식품을 가장 마지막에 담고, 이동 시간이 길어질 경우 아이스박스나 보냉백을 활용해 실온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한여름 낮 시간대에 장시간 실온에 놓아두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한 번 녹은 흔적이 뚜렷한 아이스크림을 다시 얼려 먹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이미 세균이 늘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겉모습이 변한 제품은 아깝더라도 폐기하는 편이 식중독 예방에는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냉동식품을 다루는 유통업체와 매장 역시 온도 기록 관리를 철저히 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제품이 전달되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
만약 냉동식품을 섭취한 뒤 구토나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식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증상이 반복되거나 탈수 징후가 동반된다면 자가 판단으로 넘기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는 탈수로 인한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여름철 냉동식품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구매 즉시 냉동 보관, 소량씩 나눠 구매, 매장 진열 상태 확인 같은 작은 습관이 쌓여야 한다. 유통 과정에서의 방심이 식탁 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고를 때도 온도 변화 흔적을 꼼꼼히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작은 확인 습관 하나가 온 가족의 여름철 식탁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