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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폐렴이나 요로감염으로 입원한 환자가 처방받은 항생제를 써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다른 약제로 바꾸는 일이 늘고 있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늘면서 감염 자체를 막는 백신 개발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제약업계가 새로운 접근법으로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며 임상 단계 진입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이 특정 항생제에 반복 노출되면서 약효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변이해 치료가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 감염은 치료 기간을 늘리고 합병증 위험을 높여 공중보건에 위협이 되는 문제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항생제 내성을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지목하고 각국에 대응을 촉구해 왔다.
항생제 내성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과 임의 복용 중단, 축산업에서의 광범위한 사용 등이 꼽힌다. 여기에 새로운 항생제 개발 속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 비용은 크게 늘었지만 신약이 시장에서 오래 쓰이지 못하고 내성균에 밀려나는 경우가 많아 제약업계의 투자 유인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이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감염 자체를 예방해 항생제를 아예 쓸 필요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염 전에 몸속에 방어력을 만들어두면 세균이 침투해도 증식하기 전에 억제할 수 있어 항생제 내성균이 퍼질 기회 자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늘어나면 항생제 처방 건수도 자연히 줄어드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균 백신 후보물질을 분석하는 연구 현장 [그림=메디닉스DB]
세계보건기구는 치료가 어려운 우선순위 내성균 목록을 발표하며 백신 개발이 시급한 대상으로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 폐렴막대균, 녹농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등을 꼽았다. 이들 균은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원인균으로 중환자실이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에게 특히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세균 백신 개발은 바이러스 백신보다 까다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균은 표면 항원 구조가 다양하고 균주별 변이도 커서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유형을 모두 방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여러 차례 세균 백신 후보물질이 임상시험 단계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개발이 중단된 사례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신속한 개발이 가능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과 세균 표면 단백질을 결합한 접합백신 기술 등이 새롭게 적용되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일부 후보물질은 초기 임상시험에서 항체 반응을 확인하며 다음 단계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 있지만 과거보다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대한감염학회 등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항생제 내성균 백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국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감염병 대응 연구개발 예산을 통해 관련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생제 내성균 백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 [그림=메디닉스DB]
국제적으로는 세계보건기구와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 국제기구가 항생제 내성 대응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개발도상국까지 백신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제 공조의 필요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실제 상용화돼 현장에 도입되기까지는 여전히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 사이에는 지금 쓰이는 항생제를 얼마나 적절하게 사용하느냐가 내성균 확산 속도를 늦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실천은 크게 어렵지 않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항생제는 증상이 나아졌다고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정해진 기간과 용량을 지켜 끝까지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 씻기 등 기본 위생수칙을 지키고 불필요하게 항생제 처방을 요구하지 않는 태도도 필요하다. 향후 항생제 내성균 백신이 상용화되면 보건당국의 접종 안내에 따라 접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