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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생선회 한 접시를 즐기다가도 곁들인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회 접시를 상온에 그대로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선회는 냉장 유통과 저온 보관이 생명인 식품으로, 실온에 단 30분만 노출돼도 신선도와 안전성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어 각별한 온도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무더운 계절에는 상온 노출 시간이 짧아도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생선회는 도축 후 바로 가공돼 조리 과정에서 열처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식재료보다 세균 증식에 취약하다. 생선 표면과 내장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온도가 낮을 때는 증식 속도가 더디지만 실온에 노출되면 세균 수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기온이 높은 날에는 이 과정이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패류를 포함한 신선식품을 실온에 두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5도 이하의 저온에서 보관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여름철 실내외 기온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상온 노출 시간이 짧더라도 식중독균 증식 속도가 빨라지므로 평소보다 더 엄격한 온도 관리가 요구된다. 냉장고에서 꺼낸 뒤에는 되도록 빨리 섭취를 마치는 것이 좋다.
생선회를 상온에 오래 두면 단순히 맛과 식감이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브리오균 등 해산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균이 증식하면서 복통, 설사, 구토 등 식중독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고등어나 참치처럼 히스티딘 함량이 높은 어종은 상온에 오래 두면 히스타민이 축적돼 두드러기, 안면홍조 같은 알레르기 유사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온에 오래 둘수록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그림=메디닉스DB]
회를 배달로 주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배달 시간이 길어지거나 보냉 포장이 부실하면 조리 후 섭취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이미 상온 노출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배달 회를 받았을 때는 곧바로 냉장 보관하거나 얼음을 채운 그릇에 담아 온도를 낮춘 뒤 가능한 한 빨리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술자리에서 회를 오래 두고 조금씩 먹는 습관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안주로 내놓은 회 접시를 상온의 실내나 야외 테이블에 한 시간 가까이 방치한 채 즐기는 경우, 처음 먹을 때와 마지막에 먹을 때의 신선도와 안전성 차이가 클 수 있다. 얼음을 깐 접시에 담아 온도를 최대한 낮게 유지하고, 남은 회는 중간중간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생선회를 구입할 때부터 온도 관리는 시작된다. 수산시장이나 마트에서 회를 구매한 뒤 집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면 보냉백과 아이스팩을 활용해 냉장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상온에 노출된 채 장시간 이동한 회는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신선도가 상당히 저하돼 있을 수 있으므로, 구입 직후 곧바로 냉장 보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구입 후 이동 중에도 냉장 온도를 유지해야 안전 [그림=메디닉스DB]
보관 중인 회는 밀폐 용기에 담아 다른 식재료와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하는 것이 좋다. 회에서 나오는 육즙이 냉장고 내 다른 음식으로 옮겨가면 교차 오염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회를 먹지 않는 가족 구성원에게까지 식중독 위험을 확산시킬 수 있다. 회를 담았던 그릇과 도마, 칼은 사용 후 바로 세척하고 소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생선회는 가급적 구입 당일이나 늦어도 다음 날까지 섭취를 마치는 것이 안전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균 증식과 품질 저하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 이상 냉장 보관한 회는 색이나 냄새에 이상이 없더라도 먹지 않는 편이 낫다. 남은 회를 익혀서 먹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미 상온 노출이 길었던 회라면 가열해도 독소가 남아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회를 먹은 뒤 복통,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식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증상이 가볍다면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탈수 징후가 있거나 혈변이 동반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여름철 회를 즐길 때는 구입부터 보관, 섭취까지 전 과정에서 온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식중독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